이펙트 오디오 케이론 노바, 케이론의 극장 또는 홈시어터 버전

2023. 11. 17. 11:01케이블

"케이론 노바(Chiron Nova)는 호화로운 금은 선재의 레퍼런스 IEM 케이블 케이론(Chiron)과 하이엔드 이어폰 오라(Aura)의 케이블을 혼합한 신제품으로, 초고가 케이블의 혜택을 모두 제공하면서 소리의 엔터테인먼트 효과도 챙겨준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하이엔드 IEM 케이블, 그러니까 미친 듯이 비싼 이어폰 케이블을 리뷰하노라면 저는 유난히 심드렁한 상태가 됩니다. 수백 만원대 이어폰을 살 일도 없는데 수백 만원대 케이블을 살 일은 더더더더더욱 없지 말입니다. 하지만... 매번 하이엔드 IEM 케이블을 접할 때마다 이것 하나는 확실히 깨닫습니다.


비싼 케이블은 소리가 좋습니다. (-_-)b


제조사와 판매처에서 괜히 비싼 값을 매기는 게 아닙니다. (-_-);


그래서 하이엔드 이어폰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다음의 투자 대상은 하이엔드 IEM 케이블이 되기 마련입니다. (-_-)/


사실 이런 말도 케이블 리뷰할 때마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겁나게 비싼 이어폰용 케이블의 리뷰는 소수의 유저들만 읽어보시겠지만, 이제 막 유선 이어폰에 입문한 여러분도 미래의 지름 목록에서 마지막 단계가 어떤 느낌인지 살펴보실 수 있으니... 초반 충격을 완화해주는 문구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IEM이라는 단어는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의 약자입니다.



IEM 케이블이 이어폰의 소리에 끼치는 영향


오늘 소개할 이어폰 케이블의 국내 정가는 387만원이며 출시 할인 이벤트 기간에는 300만원대 초반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정가 466만원짜리 케이블을 기반으로 만든 제품이라서 어찌보면 가격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겠으나, 원래부터 끝판왕 등급의 이어폰을 위해서 만들어진 IEM 케이블이 되겠습니다. 요즘의 휴대 음향 시장에서는 이 정도로 비싼 케이블이면 일단 소리가 좋다고 짐작해도 99% 적중합니다. 진짜 중요한 점은... '어떤 식으로 소리가 좋으냐'는 겁니다.


여기에서 잠시 짚어둘 점이 있는데, 하이엔드 IEM 케이블도 모든 이어폰과 매칭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유저마다 다른 취향은 둘째치고, 이어폰의 소리 특징과 케이블의 소리 특징이 만드는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스피커와 헤드폰은 하이엔드로 갈수록 소리가 평탄 + 심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나, 이어폰은 하이엔드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편이라서 케이블의 소리 특징에 의해 이어폰의 소리가 크게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어폰의 주파수 응답 형태가 올록볼록할수록 케이블 교체로 인한 소리 변화도 크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비싼 이어폰용 케이블을 고를 때에는 케이블 자체의 소리 특징이 적으면서도 해상도, 음 분리 능력, 사운드 스테이지 등의 근본 요소를 업그레이드해주는 제품이 우선 순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혹시 이어폰의 소리가 마음에 드는데 더 큰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케이블의 소리 특징으로 화려함, 웅장함, 강한 파워 같은 요소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는 이러한 차이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비교적 다양한 가격대의 케이블 모델로 분화시키고 있습니다. 센츄리온(Centurion)이라는 최고가의 완성형 모델에 도달한 후부터 여러 케이블 모델의 선재를 조합해서 응용하는 점도 흥미롭고요.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 중에서 케이블 자체의 소리 특징이 적은데 이어폰의 소리가 확 좋아지는 제품이 케이론(Chiron)입니다. 금과 은으로 만든 전선이라서 귀금속 공예품 같은 가격이 붙어 있는데요. '금을 입힌 금은 합금선'과 '금을 입힌 순은선'으로 제작됐으며, 8심과 4심 버전으로 판매 중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아스텔앤컨과 비전 이어스의 협업으로 오라(Aura)라는 이어폰이 탄생했는데, 이펙트 오디오는 오라의 케이블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오라의 케이블은 동선과 동선 순은선 합금 선재를 조합한 제품으로 포근한 음색 속에서 해상도를 올려주는 성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펙트 오디오에서 막상 오라의 케이블을 만들어놓고 보니 이게 소리가 재미있단 말입니다? 이 재미에 고성능을 추가해보자는 생각이 케이론으로 손을 뻗게 만들었고, 오라의 케이블에 케이론 4심이 혼합된 8심 케이블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케이론 노바(Chiron Nova)'입니다. 제품 사진을 보면 선이 짙은 고동색과 베이지색으로 분리되는데 짙은 고동색 부분이 케이론이고 베이지색이 오라의 케이블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어떻게 나올까요? 쉽습니다.


케이론의 레퍼런스 성향과 오라 케이블의 재미 성향이 함께 나옵니다. (-_-)a


저는 케이론 노바를 3주 조금 넘게 사용해봤는데요. 이 케이블은 하이엔드 이어폰의 소리에서 기본 속성을 골고루 업그레이드하며, 동시에 더 선명한 고음과 더 깊은 초저음을 만드는 케이블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케이론처럼 대부분의 이어폰과 좋은 매칭이 되는데 은근한 개성도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듯합니다.


금빛 페이스 플레이트와 잘 어울린다!

케이론(Chiron)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현자 캐릭터입니다. 케이론 노바의 박스 아트도 당연히 케이론을 그리고 있고요. 다만 박스 색상이 달라서 케이론과 케이론 노바를 구별해주고 있습니다. 박스 속에는 300만원대 케이블답게 고급스러운 구성품이 있는데요. 전용 케이스, 가죽 줄감개, ConX, TermX가 보입니다.


케이론 노바의 케이스는 가죽 공예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우와, 이거 비싼 건데?!'라고 외칠 만합니다. 천연 가죽의 질감부터 완전 고급스러우며 스티치와 측면 마감도 훌륭합니다. 케이스 안쪽은 뽀송한 알칸타라 마감이라서 케이론 노바를 잘 보호해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가죽 케이스의 표면에 흠집이 나기 쉽다는 겁니다. 고가 품목이라서 당연히 취급 주의를 하겠지만 케이론 노바는 케이블보다 케이스의 표면이 긁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의 진정한 장점이라면 ConX와 TermX를 들 수 있을 겁니다. ConX는 이어폰 쪽 커넥터를 교체할 수 있고, TermX는 재생기 쪽 커넥터를 교체하게 해줍니다. 고가의 IEM 케이블 하나를 다수의 이어폰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케이론 노바에는 풀 버전의 ConX가 포함되어서 총 다섯 가지의 커넥터를 갖추게 됩니다. (2핀, MMCX, IPX, A2DC, 펜타콘 이어) TermX는 2.5mm, 3.5mm, 4.4mm로 교체 가능합니다.


혹시 모르실까봐 설명하는 것인데, ConX는 나사 방식이라서 손가락 끝으로 잡고 돌려도 쉽게 탈착할 수 있습니다. 함께 들어 있는 도구를 사용해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커넥터 부품이 튼튼하게 제작되어 있고 나사도 단단히 체결되어서 사용할 때마다 만족스럽습니다. 2핀 커넥터도 조금 더 굵고 튼튼하며 MMCX 커넥터도 쉽게 회전하지 않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TermX는 케이블의 플러그를 돌려서 뒤로 빼낸 후 커넥터를 잡아당겨서 분리하면 됩니다. 새 커넥터를 장착할 때는 네 개의 핀 사이에 있는 한 개의 돌기를 확인한 후 그에 맞춰 끼워줍시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ConX는 작은 부품을 떨어트려서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TermX는 핀이 휘어지지 않도록 항상 방향을 맞춰서 끼우시라는 겁니다. 그러면 파손 걱정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왼쪽이 케이론, 오른쪽이 케이론 노바입니다.

케이론 노바를 사용해보는 동안 케이론 8심도 함께 빌려서 비교 청취를 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케이론은 '뉴 케이론'으로 분류되는데, Y-스플릿을 포함한 플러그 파트들이 모두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모두 케이론 노바에도 적용됐습니다. ConX 플러그, Y-스플릿, TermX 플러그가 모두 티타늄으로 되어 있으며 Y-스플릿 안쪽은 카본 파이버로 보강된 모습입니다.


케이론과 함께 두고 보니 티타늄 표면의 색상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납니다. 케이론 노바의 티타늄은 살짝 금빛이 도는 느낌이라서 선의 색상과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인지 케이론 노바를 커스텀 이어폰에 장착해보면 이어폰의 페이스 플레이트에 금색 장식이 있을 때 더욱 멋진 조화를 볼 수 있습니다.


케이론은 아주 비싼 케이블이지만 8심 모델도 상당히 가볍고 부드러워서 사용하기가 편합니다. 한 편 케이론 노바는 오라의 케이블 4심과 케이론 4심이 조합되어 있으므로 케이론보다는 전체 부피가 조금 더 크며 더 두껍습니다. 하지만 이어폰용 8심 케이블로서는 그리 굵지 않으며 무게도 가벼우니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SOUND

케이론 노바는 케이블 자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와도 같습니다. 수백 만원대 이어폰은 없지만 80~200만원 범위의 커스텀 이어폰들을 사용해서 케이론과 케이론 노바를 청취해보았는데요. 이어폰 가격대와 관계없이 케이론 노바가 만드는 특징과 재미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다음과 같은 속성이 여러분의 이어폰 소리에 더해진다고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얼티멋 이어스 UE5 Pro, 64오디오 A3e, 웨스톤 ES60를 중심적으로 사용해서 들어본 결과인데 다른 이어폰에서도 대체로 비슷하게 나올 것이라 짐작합니다.


1) 고음과 초고음 영역이 살짝 밝아지면서 매우 맑게 됩니다. 소리의 해상도와 음 분리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이어폰의 소리에서 막혀있던 부분이 뻥 뚫리는, 흐린 막을 걷어주는 효과를 냅니다. 이것은 굉장히 비싼 가격의 IEM 케이블이라면 반드시 기본 제공해야 하는 장점입니다.

2) 소리에서 불필요한 잔재가 깨끗하게 없어집니다. 마치 디지털 오디오 기기의 소리에서 전기 노이즈나 지터 노이즈를 싹 제거한 듯한 느낌입니다. 그만큼 소리의 잔향이 줄어드는데 음색이 건조해지지 않는 점도 좋습니다.

3) 특유의 매끈한 감촉과 높은 탄력이 추가됩니다. 소리에서 투명한 광택이 흐르는 듯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음과 초저음의 통통 튀는 듯한 탄성으로 비트의 흥이 살아납니다. 이 점은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들의 공통적 특징으로, 순수 동선 케이블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4) 낮은 중음과 저음의 펀치가 강해져서 음이 뚜렷하게 포근해집니다. 이것은 케이론에서는 없었던 특징이니 오라 케이블의 속성일 것입니다. 저음형 이어폰과 조합한다면 역효과가 될 수도 있겠으나, 더욱 포근한 소리를 원한다면 당연히 장점이 되겠지요.

5) 초저음의 울림이 커지면서 저음 연주의 규모가 크게 확장됩니다. 어떤 음악이든 초저음 연주가 포함된다면 뚜렷하게 웅장해집니다. 이는 대부분의 이어폰에서 강력한 특징이 되며 저음형 이어폰에게도 초저음의 품질을 올리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6) 높은 중음(낮은 고음)의 자극이 줄어듭니다. 고음 부분이 매우 선명해지는데 청각 자극이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듣기에는 케이론보다 케이론 노바의 소리가 더 편안합니다. 이것은 장단점 분류가 어려우니 취향에 맞춰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7) 보컬, 현악기 소리의 낮은 음을 포근하고 두텁게 보강하며 위치를 가깝게 끌어당깁니다. 사람 목소리와 첼로 소리에서 아늑하고 친근한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8) 케이블 자체가 완만한 V 또는 U 모양의 소리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어폰의 소리가 입체감이 크게 살아나며 심리적 공간이 확 넓어집니다.



*케이론과 케이론 노바의 소리 차이는?


케이론 노바는 케이론보다 높은 중음이 약하고 저음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케이론은 사람 목소리를 굵고 시원하게 들려주며 케이론 노바는 사람 목소리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케이론 노바의 체감 해상도와 고.중음의 감촉은 케이론과 거의 똑같은데 저음이 더욱 두터워지므로, 저음형 이어폰에서는 낮은 중음이 조금 가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케이론은 이어폰의 음색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부분의 소리 특성을 향상시킵니다. 하이엔드 IEM 케이블 중에서도 레퍼런스 성향을 고수하는 제품이며 이펙트 오디오의 케이블 중에서도 가장 기준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론 노바도 대부분의 소리 특성을 향상시키되, 이어폰의 음색에 V 모양 또는 U 모양의 속성을 더해줍니다. (V : 고음과 저음을 강조, U : 초고음과 초저음만 강조) 하이엔드 이어폰의 소리 잠재력을 해방하는 동시에 더욱 큰 감동을 만들도록 의도된 케이블입니다. 어떤 음악을 듣든 고음과 초고음이 살아나며 초저음이 웅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케이론 노바는 이미 케이론을 쓰고 있더라도 새로운 만족을 위해서 장만할 법한 제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케이론의 극장 또는 홈시어터 버전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동일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어도 케이론 노바를 거치면 콘서트홀의 면적이 더 커지며 각 악기 그룹의 간격이 더 넓어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