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펙트 오디오 CODE 23, 동선 케이블 애호가를 위해서 10배 굵게 만들어보았습니다

2023. 4. 27. 13:34케이블

"16.5 AWG 동선을 2심으로 엮은 괴물급 이어폰 헤드폰 케이블이 나왔다. 순수 동선의 진실한 음색과 두툼한 중.저음을 좋아한다면 이 괴물 케이블로 새로운 세계에 진입해보자. 단, 이어폰 유저는 물리적으로 조금 긴장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글 제목에도 썼고, 요약 문장에도 썼지만, 오늘 소개할 이어폰 헤드폰용 커스텀 케이블은 보통 물건이 아니다. 헤드폰에 연결된 모습은 그냥 굵직한 케이블이겠거니 해도, 이어폰에 연결된 모습은 여러분이 실제로 사용을 해봐야만 그 충격(-_-)을 체감할 수 있다.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에서 CODE 23이라는 커스텀 케이블을 만들었는데 컨셉이 아주 직관적이라서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해도 된다.


"동선을 굵게! 많이! 투입한다!!"


순수 동선 케이블은 각종 희귀 금속으로 만든 선재보다는 음색 특징이 적으며 해상도, 디테일, 음 분리 능력 등에서 평범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휴대 음향 시장에는 100~300만원대의 하이엔드 동선 케이블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동선의 맛을 진짜 제대로 낼 수 있다면 그렇게 비싼 값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이펙트 오디오 CODE 23이 나름대로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제품일지도 모른다. 또한, CODE 23은 제품의 기획과 특징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한 번씩 살펴보는 게 좋겠다. 다음의 문단은 영어로 된 소개문을 직접 번역 + 요약 + 해석해본 것이다.


CODE 23의 주요 특징


1) 특정 선재를 사용한 극단적 실험


이펙트 오디오의 CODE 시리즈는 일종의 극단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시리즈 첫 번째인 CODE 51은 '은'이라는 소재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뽑아낼 수 있는지 실험했고, 그 결과는 팔라듐 도금 은선, 금 도금 은선, 금은 합금선의 3종 혼합이었다. 그리고 CODE 23은 '구리'라는 소재로 같은 실험을 진행한 제품이다.


2) 동선의 하드코어 팬이라면 굵은 것도 문제 없다


휴대 음향 세계에는 동선 특유의 소리에 매료된 하드코어 팬들이 있다. CODE 23은 그들에게 바치는 러브 레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CODE 23은 이펙트 오디오에서 이어폰용과 헤드폰용이 동일하게 제작되는 첫 케이블 모델이다. (즉, 이어폰용으로는 엄청나게 굵음)

케이블의 굵기를 표시하는 규격 중에서 AWG가 있는데 이것은 American Wire Gauge의 약자다. CODE 23은 이 규격에서 한계를 돌파하는 제품으로, 무려 16.5 AWG를 찍는다. 이것은 이어폰 케이블에서 자주 사용되는 26 AWG보다 10배 두꺼운 수치다.


3) 한 개의 통짜 동선에 열 두 개의 촘촘 동선을 휘감았다


또 하나의 급진적 실험은 솔리드 코어(Solid core) 선재의 투입이다. CODE 23은 중앙에 굵직한 '통짜 동선'이 들어 있으며 그 둘레로 12개의 코어 번들(Core bundle)이 배치된다. 각 코어 번들은 CODE 23의 소리 특성을 완성하기 위해서 사전 계산된 멀티 사이즈로 구성됐다.


4) 감정의 전달, 왜곡 없는 음색, 서브 우퍼 역할


CODE 23의 소리 특징은 중음과 보컬의 매력에 있으며 음악의 종류에 따라서 스스로 변화하는 성향이다. 이를 통해 청취자가 음악 속의 감정을 발견하면서도 왜곡 없는 음색을 느끼게 해준다.

CODE 23은 서브 우퍼 같은 케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낮은 저주파를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서 청취자는 저음의 가장 깊은 영역에서 더욱 몰입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펙트 오디오의 소개문을 해석한 것이고, 이제부터 일반적 유저가 생활 속에서 CODE 23을 사용하며 느낀 점들을 풀어보겠다.


크고 굵지만... 그래도 사용할 수 있어!

CODE 23의 박스는 이어폰 헤드폰용 커스텀 케이블치고는 조금 큰 편인데, 개봉하고 케이블을 꺼내어 보면 박스가 왜 큰지 이해할 수 있다. 이펙트 오디오의 케이블 제품 중에서 이렇게 구렁이처럼 굵은 물건은 처음 본다. 케이블의 전체 직경은 이어폰용 8심 케이블과 비슷하지만 선이 원래부터 굵어서 충격(-_-)이 더욱 크다.


이어폰용 케이블과 헤드폰용 케이블의 굵기가 똑같은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헤드폰용으로는 조금 묵직한 수준이지만, 이어폰용 케이블로는 많이 굵고 무거운 제품이다. 아래의 사진에서 왼쪽의 동선 케이블이 이펙트 오디오 아레스 II인데, 오른쪽의 CODE 23이 얼마나 크고 굵은지 바로 알 수 있다. CODE 23의 길이는 줄자로 재어 보니 이어폰용이 1.2미터, 헤드폰용이 1.5미터 정도로 나왔다.


하드코어 유저들 중 일부는 헤드폰용 케이블의 커넥터를 개조해서 이어폰에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같은 모델의 케이블이라도 헤드폰용에 더 많은 선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CODE 23은 이어폰용 케이블과 헤드폰용 케이블의 선재를 동일하게 만든 모델이다. 하드코어 유저를 위해서 애초부터 헤드폰용 케이블을 이어폰에 쓰도록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어폰용으로는 몹시 두껍고 무겁지만 가만히 앉아서 음악을 듣는다면 사용 가능하다. 단, 케이블이 굵어서 이어훅도 두꺼우니 귓바퀴에 부담이 실려서 장시간 감상은 어려울 수 있겠다. (*재생기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아서 들으면 이 점도 해결할 수 있다!) 헤드폰용은 데스크탑 감상에서 길이와 무게가 적당하므로 다른 커스텀 케이블과 다를 바 없이 편하게 쓸 수 있다.


CODE 23에는 완성도가 높고 튼튼한 캐링 파우치가 기본 포함된다. 그리고 실제로 CODE 23을 사용하려면 이 파우치가 꼭 필요하다. 케이블을 둘둘 말아두었을 때에도 부피가 훨씬 크기 때문에 헤드폰에서 분리하여 보관하거나 이어폰에 장착해서 보관할 때 이 파우치 속에 담아둬야 한다. 파우치의 찍찍이 커버를 열면 안쪽에 두 개의 포켓이 있는데 여기에 이어폰용 ConX와 TermX 부품을 담는다. 헤드폰용 CODE 23은 커넥터 교체 기능이 없으므로 케이블만 담으면 되겠다.


이어폰용 CODE 23의 ConX는 2핀, MMCX를 기본 제공하며 Term X는 2.5mm, 3.5mm, 4.4mm로 커넥터를 교체할 수 있어서 기기 연결이 자유롭다. 매번 언급하는 점이지만 이펙트 오디오의 ConX 커넥터는 내구성이 좋고 안정적이라서 사용할 때마다 만족스럽다. 2핀은 타 브랜드의 커넥터보다 굵고 튼튼하며 MMCX는 단단히 고정되어서 회전하지 않는다. 결합 분리 과정에서 손 끝에 조금 힘을 줘야 하지만 TermX 플러그도 몹시 튼튼해서 유저를 안심하게 해준다.


헤드폰용 CODE 23은 연결할 헤드폰의 종류에 맞춰서 커넥터 옵션을 골라야 한다. 헤드폰 쪽 커넥터 옵션은 오디지 LCD 시리즈의 미니 4핀 XLR, 젠하이저 HD800 커넥터, 메제 리릭과 109 프로의 길쭉한 3.5mm로 나뉜다. 재생기와 앰프에 연결하는 커넥터는 3.5mm, 4.4mm, 6.3mm, 4핀 XLR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미니 4핀 XLR 커넥터와 HD800 커넥터는 값 비싼 후루텍(Furutech, ADL) 플러그를 탑재했으며, 길쭉한 3.5mm 커넥터의 메제 헤드폰용은 은색 플러그가 특징이다.


이렇게 커넥터 규격이 다르니 케이블 가격도 서로 다르다. 정가로 볼 때 이어폰용 CODE 23은 85.6만원이며, 헤드폰용은 HD800 버전이 122.6만원, 오디지와 메제 버전은 114만원이다. 여기에 출시 기념 20% 할인을 고려하면 하이엔드 동선으로서 제법 괜찮은 가격이 될 것이다.


이펙트 오디오의 많은 케이블 모델이 피복으로 EA UltraFlexi라는 소재를 쓴다. 이 두텁고 투명한 피복은 내구력이 높고 유연하며 보기에도 좋지만, 꼬임 구조로 만들었을 때 쉽게 풀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케이블을 직접 꼬아주어야 한다. CODE 23은 2심으로 꼬여 있는 구조라서 풀리기가 더욱 쉬우니 자주 꼬아주는 게 좋겠다. 케이블의 Y-스플릿 아래쪽과 커넥터 플러그 위쪽을 두 손으로 붙잡고 밧줄 만드는 것처럼 천천히 꼬면 된다.


음향 매니아들만 구입하는 것이 커스텀 케이블이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매니악한 디자인의 케이블이 CODE 23이다. 이 굵은 전선을 보면서 심미적 만족을 느낀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니 안심하시라! (라고 주장함) 아주 짙은 갈색의 투명 피복 안으로 촘촘하고 굵게 집약된 동선이 보인다. Y-스플릿과 커넥터의 굵직한 플러그 디자인도 짙은 티타늄 색상과 블랙이 조합되어서 케이블의 색과 잘 어울린다.


구리선이 비싼 값으로 나오면 뭔가 의아할 수도 있겠으나, 이 물건은 겉으로도 비싸 보이고 손으로 만져봐도 '비싼 것의 감촉'을 낸다. CODE 23은 이어폰 헤드폰의 비주얼을 색다르게 꾸며주는 액세서리로 봐도 확실히 고급스러운 제품이다.


SOUND

요즘 나오는 커스텀 케이블 제품들은 대체로 소리 특징이 명확하며 값이 비싸질수록 소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난감한 케이블은 순수 동선이다. 구리선은 원래 음색 변화와는 거리가 멀어서 뭔가 감동적인 것을 뽑아내기가 무척 어렵다. 게다가 '비싼' 동선 케이블이라면... 그 경험은 마치 백미 밥을 먹으면서 어느 나라의 쌀인지 맛으로 판단하는 것과도 같다. 음악 감상에서 음색의 기준점이라고 할 만한 구리선인데, 그 속에서 얼마나 더 좋은 소리가 나오는지 면밀하게 비교 청취해봐야 한다. 이어폰 헤드폰의 케이블을 교체하면서 듣는 과정은 꽤 번거롭지만 그래도 열심히 시도해보았다.


*고유 음색을 유지하면서 소리 해상도를 확 올려준다


동선 케이블의 최고 장점! 음색 특징을 만들지 않는다. 동선 케이블이면서도 약간 화사한 음색을 만드는 이펙트 오디오 아레스 II와 비교 청취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CODE 23은 동선 케이블 중에서도 더욱 중립적이며 이어폰 헤드폰의 음색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제품이다. 은 도금 동선 케이블과 비교한다면 더 따뜻하고 편안한 음색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 아레스 S와 비교 청취해보니 둘의 음색 기본은 흡사한데 모든 부분에서 CODE 23이 업그레이드라는 느낌이 온다.


그 업그레이드의 첫 번째가 해상도 향상이다. CODE 23은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 해상도를 크게 올려준다. 주파수 응답 범위도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혹시 초심자가 듣는다면 고음이 맑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는 온전한 물량 투입의 결과일 것이다. 선재의 처리 기법에 의해서 더 투명한 소리를 만들 수 있으며, 그렇게 처리된 선재를 굉장히 많이 쓰면 도로의 면적을 확장하는 듯한 효과가 나온다. 같은 케이블 모델을 4심에서 8심으로 바꿨을 때 느끼는 해상도 향상을 떠올려보라. '막힌 곳을 뚫어준다'는 생각이 곧바로 든다. 그런데 CODE 23은 4심, 8심의 개념 같은 건 됐고 선재 자체를 괴물급으로 늘려서 소리를 뻥 뚫어준다.


음색이 그대로인데 소리 해상도만 높아진다. - 이 문장으로도 고급 동선 케이블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커스텀 케이블의 세계로 들어서면 가장 골치 아픈 점이 '이어폰 헤드폰과의 음색 어울림'이다. 직접 연결해서 들어보지 않는 한 결과를 알 수가 없으니 커스텀 케이블의 온라인 구입은 그저 감으로 찍는 도박이 된다. 그러나 순수 동선 케이블은 매칭에서 자유로운 편이며 이어폰 헤드폰의 고유 음색을 그대로 보존해주는 경우가 많다. CODE 23은 그 중에서도 음색 보존력이 특히 좋으며 '소리 해상도 향상'과 '뚫어주기 효과'가 큰 제품이다.


사실 여기에서 감상평을 끝낼 수 있지만... 그래도 두 가지 특징을 더 소개하고 싶다.



*저음의 힘과 무게를 보강한다


저음 울림이 깊어진다. 묵직하게 내려가는 단단한 펀치가 된다. 동선 케이블을 좋아하는 여러분이라면 이 점에 대해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실 것이다. 케이블에서 저음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시그널에서 전달되는 저음 영역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뿜어져나오면서 체감 저음이 강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저음 울림이 조금도 흩어지지 않고 '힘과 무게'만 보강된다.


CODE 23의 묵직한 저음 펀치는 헤드폰 감상에서 더욱 큰 장점이 된다. 특히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에서는 초저음 울림이 단단해지며 높은 저음의 펀치가 강해져서 만족감이 더 크겠다. 굳이 음악 장르를 구분할 필요는 없겠으나, 빠른 응답의 저음 타격이 필요한 락, 메탈에서 유난히 시원한 감상이 된다. 그리고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에서는 저음의 덩치가 커지면서 포근한 느낌이 더 살아날 확률이 높다.



*소리를 정제해서 만드는 고밀도와 질감 향상 효과


소리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질감이 아주 곱게 다듬어진다. 예를 들면 오디지 MM-500을 감상할 때 기본 케이블에서는 조금씩 감지되는 자잘한 거친 부분들이 있는데 CODE 23으로 바꾸면 모두 깨끗하게 사라진다. 이 케이블은 선재의 물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각 구리선의 품질도 좋다는 뜻이다. 케이블을 거치면서 소리가 고성능 정수기를 거치는 것처럼 투명하게 걸러진다. 술에 비유한다면 이 느낌은 비싼 값의 보드카를 떠오르게 한다. 더욱 투명하고 냄새가 없으며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것이다. 즉, CODE 23의 고밀도와 질감 향상은 소리를 정제하는 능력으로 인해 생기는 체감 효과다. 이 제품의 설명에서는 중음이 특히 좋아진다고 하는데 본인이 듣기에는 소리의 질감이 곱게 되면서 낮은 중음이 큰 효과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를 들을 때 낮은 음이 더 두텁고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