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펙트 오디오 에로스 S 1st 애니버서리 에디션

"소리의 해상도와 질감을 향상시키며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만드는 IEM 케이블.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할 만큼 커다란 디자인 변화를 보여준다. 사운드 업그레이드 뿐만 아니라 비주얼 액세서리로써 높은 가치의 소장품이 될 것이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네, 오늘도 소수의 매니아들만 이해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_-)a 월급에 육박하는 고가의 유선 이어폰을 구입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그 이어폰의 소리 향상과 디자인 보강을 위해 비싼 케이블까지 구입하는 매니아 여러분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이어폰용 케이블(IEM 케이블)은 매니아 기준에서는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으나 그래도 50~6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는 제품인데요. 기본 버전과 동일한 선재를 쓰며 외부 디자인만 업그레이드한 모델입니다.

그래도! 매니아 여러분은 이미 지름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이어폰 케이블은 소리 뿐만 아니라 외부 디자인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펙트 오디오 에로스 S의 1주년 기념판 - '에로스 S 1st 애니버서리 에디션'을 쫄깃쫄깃한 기분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이하,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으로...)

회색 케이블이 에로스 S 오리지널 버전이고 검정색 케이블이 애니버서리 에디션입니다.

사람들이 음질을 그리 중시하지 않던 시절에는 이어폰의 케이블은 툭하면 걸리고 끊어지고 빙글빙글 꼬이는 귀찮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무선 이어폰 시대가 된 현재는 유선 이어폰의 케이블이 사운드 시그널을 깨끗하게 전송해야 하는 '중요 매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어폰의 케이블은 유선 이어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시각적 만족과 소장 가치를 지닙니다. 전선이 '비주얼 액세서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 점은 애플 아이팟 시절의 흰색 이어버드로 입증됐다고 봅니다. 보스(Bose) 유선 이어폰들의 흑백 혼합 케이블도 그렇고요.

비싼 인이어 모니터를 위해서 좋은 선재, 피복, 부품들로 제작되는 IEM 케이블은 캐주얼 패션과는 관련이 없으나 휴대 음향 애호가들에게는 비주얼 액세서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도 케이블 모델마다 기념판이나 한정판을 더해서 시각적 가치를 보여주는 중인데,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큰 변화를 보여줍니다. 아니...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0-)...

원래 에로스 S는 이펙트 오디오 제품 중에서 '고급형 엔트리 모델'인 시그니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순수 동선 아레스 S(Ares S), 은 도금 동선 카드모스(Cadmus), 순은선과 동선이 혼합된 에로스 S(Eros S) - 이렇게 세 가지가 시그니처 시리즈인데, 아레스 S와 카드모스는 기본이 4심이며 나중에 8심 버전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에로스 S는 원래 8심 케이블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예 새로운 디자인의 한정판이 나왔습니다. 선재가 동일하며 내부의 절연재만 바뀌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1주 정도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을 사용해보니 예전에 리뷰하면서 들었던 에로스 S의 소리 기억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의 디자인을 다루며, 소리 감상문은 예전 글을 복사 붙여넣기 하는 수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제가 듣기에 에로스 S는 아레스 S, 카드모스보다도 더욱 올라운더(All-rounder)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애니버서리 에디션도 이어폰의 음색을 건드리지 않고 소리를 향상시켜주는 케이블로서 권하고 싶습니다. 세계 500대 한정판이라는 점도 은근히 신경 쓰이니 천천히 살펴봅시다.

DESIGN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의 리뷰 제품은 아직 패키지 박스가 없었기 때문에 케이블 본체와 ConX, TermX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펙트 오디오는 시그니처 시리즈부터 고급 모델까지 모두 세련된 박스와 튼튼한 캐링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에도 포함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어폰 케이블을 '소장품'으로 만들어주는 ConX, TermX

이펙트 오디오의 ConX와 TermX는 비싼 케이블 한 개를 여러 이어폰에서 번갈아 쓸 수 있게 해주는 특효 아이템입니다. 나사 결합의 모듈 방식으로 설계되어서 자주 교체해도 문제가 없으니, 이어폰 케이블을 소모품이 아닌 소장품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ConX 기본형은 2핀 커넥터와 MMCX 커넥터를 제공하며 TermX는 2.5mm, 3.5mm, 4.4mm 연결을 모두 커버해줍니다. ConX 커넥터를 교체할 때는 포함된 도구를 쓰거나 손가락 끝으로 돌려서 나사를 풀어주면 되고, TermX를 교체할 때는 플러그를 돌려서 나사를 풀어준 후 4개의 핀 한 쪽에 보이는 돌기를 맞춰서 끼워주면 됩니다.

*주제와 개념에 맞춰 플러그, 피복을 조화롭게 만든다

이어폰 헤드폰 케이블에서 '디자인이 적용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기본적으로는 플러그와 피복일 것입니다. 이어폰 쪽의 커넥터 플러그, 재생기 쪽의 커넥터 플러그, 케이블이 좌우 채널로 나뉘는 Y-스플릿, 선재를 감싸는 피복의 재질과 색상이 시각적 효과와 고급스러움을 결정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IEM 케이블 분야의 긴 경력을 지닌 이펙트 오디오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단순히 화려하거나 특이하게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의 '주제(Theme)'와 '개념(Concept)'을 결정한 후 그에 맞춰서 전체 디자인을 만듭니다. 그래서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의 플러그와 피복은 색상과 패턴이 조화를 이루며 통일성을 지닙니다.

*미래의 한정판에 대한 생각 - 수공예 장신구

잠시 제 개인적 생각을 적어 봅니다. 이펙트 오디오의 케이블 제품들은 이미 선재 조합이 복합적이고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당장 시도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옵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플러그와 Y-스플릿에 수공예 장신구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미 일부 IEM 케이블 회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사치품(?)의 개념인데요. 예를 들면 Y-스플릿을 세부 가공해서 독특한 모습으로 만들거나 소량의 귀금속 또는 보석류를 더할 수도 있습니다. 이펙트 오디오는 고급형 엔트리 모델인 시그니처 시리즈에서도 금속과 카본 소재의 Y-스플릿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미래의 한정판 케이블에서는 눈이 더욱 즐겁고 소장 가치가 높아지는 수공예 장신구의 적용을 기대하겠습니다. (-_-)b

*칠흑의 바탕에서 반짝이는 금 가루

에로스 S 1st 애니버서리 에디션 같은 제품은 인이어 모니터에 더하는 장신구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에로스 S라서 이어폰의 소리도 좋게 만들어주지만 애니버서리 에디션은 비주얼의 가격을 더한 제품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지요? 제품 색상은 '스타더스트 느와르(Stardust Noir)'라고 합니다. 어두운 밤 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의 장면을 주제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케이블 피복과 Y-스플릿이 칠흑의 바탕에 반짝이는 금 가루를 뿌린 듯한 모습입니다. 이어폰 케이블을 보면서 '스파클(Sparkle, 광채, 반짝거림)'이라는 단어를 바로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Y-스플릿에 적용된 금빛은 실제로 볼 때 더욱 고급스럽습니다. 시그니처 시리즈의 프리즘처럼 생긴 Y-스플릿인데, 각진 금속 케이스의 앞 뒤로 Forged Carbon Fiber 패널이 붙어 있으며 이 패널에는 대리석 같은 패턴에 금빛이 섞여 있습니다. 케이블 피복도 검정 바탕 속에 반짝이는 금색 입자가 혼합되어서 블랙 & 골드의 화려함과 묵직한 카리스마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본형보다 더 두툼하지만 문제 없음

에로스 S 기본형은 8심 케이블 중에서도 부피가 적은 편입니다. 회색빛의 피복이 다른 케이블보다 더 얇기 때문인데요.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은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에 주로 사용되는 투명 피복(UltraFlexi 인슐레이션)을 지녀서 굵기와 부피가 더 커졌습니다. 아레스 S, 카드모스의 8심 버전과 비슷한 두께와 무게이므로 걸어다니며 음악을 듣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시각적 측면에서는 든든한 중량감으로 더 만족스럽지만, 어쨌든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게 더 편합니다. (-_-)a

8심 케이블이라서 좌우 채널로 나뉘어도 4심이니... 귀에 걸리는 이어훅 부분도 굵습니다. 그러나 케이블 전체의 무게가 그리 많이 나가지는 않아서 이어훅에 실리는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이 정도면 오랫동안 착용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휴대 음향 시스템이 자랑스러워진다

검정색 케이블은 대부분의 인이어 모니터에게 단정한 배경이 되어줍니다. 사진을 편집하거나 감상할 때 검은 바탕을 쓰는 것처럼, 이어폰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 색상이 밝거나 화려하다면 검정색 케이블에서 그 색상이 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쓰는 엠파이어 이어스 브라바도의 커스텀 이어폰은 하늘색과 흰색 조합인데요... 검정색 8심 케이블을 더하면 이어폰 쪽의 밝은 색이 부각되는 게 딱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이어폰 본체가 검정색일 때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의 진짜 멋이 살아나는 듯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지는 않았으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가 모두 클리어 색상인 이어폰에도 잘 어울립니다.

어디까지나 이 바닥의 매니아들에게만 통하는 점이지만, 고급스러운 IEM 케이블은 휴대 음향 시스템에서 중요한 뽀대(-_-)가 됩니다. 아이폰 11 블랙에 검정색 밀리터리 디자인의 케이스를 씌우고, 검정 가죽 케이스를 더한 코드 모조 2와 연결한 후 에로스 S 애니버서리 에디션의 블랙 & 골드 색상을 더합니다. 이 작은 Head-Fi 세트는 소리도 좋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왠지 자랑스럽습니다. 이 맛에 비싼 줄질(??)을 하는 것이지요!

SOUND

*알림 : 에로스 S 1st 애니버서리 에디션은 에로스 S 기본형과 선재가 같으며 내부 절연재만 변경된 제품입니다. 직접 들어봐도 소리 변화가 없다고 생각해서, 제가 예전에 작성했던 이펙트 오디오 시그니처 시리즈의 리뷰 내용을 그대로 수록합니다. 혹시 에로스 S를 이미 사용 중이라면 애니버서리 에디션은 새로운 디자인의 수집품으로 생각하셔도 좋겠습니다.

이펙트 오디오 시그니처 시리즈는 이어폰 애호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케이블 선재의 특징을 그대로, 명확하게, 높은 수준으로 추구합니다. 동선의 꾸밈없고 굵직한 소리, 은 도금 동선의 선명하고 단단한 소리, 순은선의 매끄럽고 온화한 소리를 생각해봅시다. 아레스 S는 순수 동선으로서 더욱 굵은 선과 음색 변경 없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카드모스는 은 도금 동선으로서 소리를 더욱 선명하고 정밀하게 만듭니다. 에로스 S는 순은선의 매끄러운 온화함과 동선의 힘을 혼합하면서 공간감 확장의 효과도 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어폰 소리 성격에 케이블 속성을 맞추고 싶거나, 이어폰의 소리에서 뭔가 부족한 점을 케이블로 보강하고 싶다면, 시그니처 시리즈 3종은 선재의 일반 속성을 떠올리면서 쉽게 고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됩니다.

1) 이어폰의 음색을 바꾸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힘찬 소리를 만들고 싶다. 이어폰을 스튜디오 모니터링 용도로 쓰고 있다.
→ 아레스 S

2) 이어폰의 소리 해상도를 올리고 저음 타격을 단단하게 다듬고 싶다. 더욱 선명한 고음을 듣고 싶다.
→ 카드모스

3) 이어폰의 음색을 건드리지 않고 소리 해상도와 질감을 향상시키면서 공간감을 늘리고 싶다. 부드럽고 편한 느낌의 소리를 원한다.
→ 에로스 S

시그니처 시리즈는 각자의 존재 목적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으며 음악적 경험과 깊이 연관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시그니처 시리즈 3종에서도 비싼 게 더 좋다는 기본 원리가 통하지만, 셋의 소리 해상도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고 음 변화의 폭도 적은 편이라서 에로스 S만 무조건 고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매우 비싼 케이블은 이어폰 본체와는 별개로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선택할 수 있지만, 이펙트 오디오 시그니처 시리즈는 고급품 수준의 입문용 케이블로써 '장착할 이어폰과 연동'하여 선택하시기를 권합니다.

지금껏 제가 들어본 경험으로 보면, 이펙트 오디오의 이어폰 케이블들은 공통적으로 음이 화려해지며 광택이 나는 편입니다. 시그니처 시리즈 3종도 예외가 아니군요. 아레스 S, 카드모스, 에로스 S가 모두 다른 선재이지만, 비싼 이어폰에 흔히 포함되는 5만원대의 기본 케이블에서 교체하면 곧바로 소리가 반짝 반짝 빛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소리와는 반대이므로 선택에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이펙트 오디오의 케이블 중에서 가장 진지한 소리의 제품은 '케이론'일 것입니다. 가격도 대단히 진지하고요.)

이펙트 오디오의 안내서에서 말하는 에로스 S의 소리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소리의 깊이 향상

2) 사운드 스테이지의 확장

3) 투명하고 정확한 소리

에로스 S는 순은선과 동선의 혼합 선재이며 UP-OCC 26AWG 8심 구조를 지녔습니다. 확실히 사운드 스테이지 확장에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들고, 주파수 응답을 상상해보면 초저음과 초고음을 조금 더 올려주는 듯합니다. 제 느낌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이것은 추상화입니다. 실제 측정 자료가 아닙니다.

에로스 S로 교체하면 음악의 심리적 공간이 확 넓어지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고음과 높은 중음이 귀 안쪽으로 오고, 낮은 중음부터 저음, 초저음의 순서로 귀 바깥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넓은 수평선 같은 사운드 스테이지가 펼쳐집니다. 이처럼 공간감 효과가 매우 뚜렷한 케이블이라서 이어폰 튜닝에 응용하기가 쉽겠습니다. 고음, 중음, 저음 중 어느 부분도 뚜렷하게 강조되지 않은, 체감으로는 매우 평탄한 소리가 됩니다.

하지만 음악 여러 곡을 거치고 나면 에로스 S로 바꿨을 때 초고음과 초저음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케이블에서 이어폰의 소리에 U 모양의 주파수 응답 필터를 더해주는 셈입니다. 소리의 질감이 대단히 매끄러우며 밀도가 많이 높아집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들어간 이어폰에서 중.저음의 밀도를 더욱 높게 해줄 것입니다. 고음의 자극이 하나도 없어서 청각이 무척 편안해집니다. 넓어지는 공간, 밸런스의 향상, 초고음과 초저음의 확보, 매끈한 질감 덕분에 콘서트홀에서 라이브 녹음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기에 아주 좋은 케이블이 됩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