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타일 NHB12, 애플 뮤직 구독자를 위한 라이트닝 유선 이어폰 세트

2023. 10. 25. 17:52이어폰

"애플 기기의 고음질 오디오를 위해서 DD 이어폰의 케이블에 퀘스타일 CMA 시리즈의 DAC와 헤드폰 앰프를 넣었다. 라이트닝 포트에 이어폰만 끼우면 곧바로 고해상도 무손실 재생을 할 수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퀘스타일 NHB12는 애플 뮤직 구독자가 아이폰에서 고해상도 무손실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개발된 유선 이어폰 세트다. 그래서 이 제품에게는 상당한 분량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혹시 라이트닝 커넥터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쓰고 있는데 애플 뮤직을 구독 중이며 유선의 고음질 감상에 관심이 많다면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란다. 한 편 고해상도 DAP를 쓰고 있거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USB 동글 앰프를 연결해서 듣는 여러분에게는 이 문서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단, NHB12의 USB-C 버전이 나중에 나올 수도 있음.)


애플 뮤직의 고해상도 무손실 재생 가능!
그런데... 어떻게 들으라는 것인지?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각자 음질 차이가 있는데, 애플 뮤직은 그 중에서도 스포티파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음질보다는 '방대한 뮤직 DB'와 '구독료의 가성비'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 뮤직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무기가 있다. 그냥 들으면 손실 압축의 AAC 파일로 재생되지만, '무손실 재생' 옵션을 켜면 애플의 무손실 압축 파일 ALAC로 재생된다는 점이다. (iOS 기기에서 '설정 - 음악 - 오디오 음질' 메뉴로 들어가면 됨) ALAC 파일은 그 옛날 아이팟 시절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본인은 CD 음반을 사서 WAV로 리핑한 후 그것을 또 ALAC로 변환하여 아이팟 클래식에 담곤 했다. 이 때의 소리는 무척 건조하지만 선이 굵고 힘차며 음색 특징이 없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애플 뮤직에서 재생되는 ALAC 파일은 느낌이 훨씬 좋아진 듯하다. 예전에는 건조한 음색이 강해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한결 자연스러워졌으며 선이 굵고 힘찬 인상은 그대로 있다. ALAC 파일은 그대로인데 재생하는 쪽의 소프트웨어 설정이 바뀌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래서 미국 계정으로 타이달을 구독하던 본인도 올해 초에 애플 뮤직으로 다시 갈아타게 됐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DAP의 타이달 커넥트 재생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애플 뮤직의 에어플레이 재생 음질도 준수해서 절충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 뮤직 구독자는 한 단계 더 이득을 볼 수 있다. 요금 추가 없이 최대 192kHz의 '고해상도 무손실 재생'이 되기 때문이다. ALAC 파일인데 일부 고해상도 음반에서는 48kHz의 초과 영역을 재생할 수 있다. 새로운 음반을 찾다 보면 유명한 아티스트의 앨범이 96kHz 이상으로 제공되니 귀가 예민한 유저에게는 괜찮은 옵션이 되겠다. 하지만 애플 뮤직의 고해상도 재생 능력은 어디까지나 소수 유저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아이폰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에어팟 시리즈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아이폰의 디지털 오디오 출력에서 유선으로 고음질을 누리려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터이다.


USB 오디오가 PC처럼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안드로이드 기기들과 달리, 애플 iOS 기기들은 오디오 출력이 매우 폐쇄적이다. 아이폰을 위한 유선 이어폰이나 USB 동글 앰프를 만들겠다고 하면, 개발자는 먼저 라이트닝 커넥터와 MFi 인증이라는 장벽을 보게 된다. 그나마 아이폰 15 시리즈부터 USB-C 커넥터가 채용되면서 USB 동글 앰프를 연결할 수 있게 됐지만 최대 96kHz의 해상도 제한에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유저 입장에서도 iOS를 지원하는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를 찾는 게 무척 어려우며 외장 메모리도 쓸 수가 없으니... 아이폰은 외장 USB 오디오 재생에서 황무지 같은 환경이라 하겠다. (*맥과 PC에서는 외장 DAC의 해상도 자동 전환조차 되지 않는 게 애플 뮤직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찾을 수 있는 '아이폰용 유선 이어폰'들은 라이트닝 커넥터만 탑재한 저가형 제품이 많다. 이 때 아이폰용 유선 이어폰에서 소스 음질을 담당하는 부분은 라이트닝 커넥터 플러그에 내장되는 초소형의 오디오 부품이다. 그러므로 다른 스마트폰의 3.5mm 헤드폰잭 소리와 비교할 때 더 뛰어난 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아이폰에 헤드폰잭이 없으니 라이트닝 포트로 들으시오'의 수준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요약하면 다음의 문장이 된다.


"애플 뮤직은 최대 192kHz / 24bit의 고해상도 재생 옵션을 제공하는데, 음질에 신경 쓰는 아이폰 유저는 고해상도 감상을 편리하게 할 방법이 없다!"


퀘스타일(Questyle)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이어폰의 케이블에 DAC 앰프를 넣고 라이트닝을 쓰면 된다!

현재의 퀘스타일이라는 회사를 성립시켜준 것은 전류 증폭 기반의 CMA 헤드폰 앰프들이다. 그 후 모바일 오디오를 위해서 CMA 기술을 USB 동글 앰프로 만든 것이 M12, M15인데, 이 제품들의 기판과 부품을 더욱 축소할 수 있다면 유선 이어폰의 Y-스플릿 부분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퀘스타일은 DAC와 헤드폰 앰프를 한 개의 칩에 담은 SiP(System in Package)를 개발하고 애플 기기를 위한 라이트닝 커넥터와 조합하여 애플 뮤직 고해상도 재생에 맞추었다. (MFi 인증 포함)


그렇게 나온 것이 'NHB12'라는 신제품으로, 금속 하우징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과 두 개의 케이블을 조합한 세트 상품이 됐다. NHB12의 기본 사용 목적은 DAC와 헤드폰 앰프를 내장한 라이트닝 케이블로 유선 고음질 감상을 하는 것이고, 기본 제공되는 3.5mm 케이블로 일반적인 아날로그 연결의 감상도 할 수 있다.


즉, 퀘스타일 NHB12는 조금 다른 지역의 유저들을 타겟으로 나온 셈이다. 하이엔드 이어폰을 보유한 사람이 아이폰으로 애플 뮤직을 듣기 위해서 NHB12를 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애플 에어팟이나 라이트닝 이어팟을 쓰다가 갈아탄 후 소리 향상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런 시나리오가 NHB12의 진짜 목적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 제품을 보는 분들은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왜 라이트닝 커넥터로 만들었는지?' 또는 '이어폰은 빼고 DAC 앰프를 넣은 케이블만 팔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서 본인이 마음대로 답변을 해버린다면 이렇게 된다.


라이트닝 커넥터로 만든 것은 라이트닝을 쓰는 아이폰, 아이패드가 많기 때문이고, 케이블만 내놓지 않은 이유는 유선 이어폰 시장이 IEM 케이블 시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라이트닝 커넥터의 호환성 문제는 이후 USB-C 버전의 NHB12를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퀘스타일이 다른 IEM 케이블 회사와 협업해서 고급 선재와 DAC 앰프가 조합된 케이블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일단 지금은 '애플 기기의 고해상도 무손실 재생 솔루션'으로서 NHB12를 살펴보자.


NHB12의 국내 정가는 51.9만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 대신 출시 할인 이벤트의 가격이 41.5만원 정도이므로 구입하겠다면 극초반에 지르는 게 좋겠다. 이 제품은 이어폰 유닛의 소리가 원래부터 좋은 편이고, 라이트닝 케이블을 더하면 훨씬 깨끗하고 웅장한 소리를 들려준다. 아이폰에서 애플 뮤직의 고해상도 무손실 재생을 해보면 음질 차이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으니... 별도의 기기 없이 아이폰만 들고 다니면서 고음질 재생을 하고 싶은 유저에게 충분한 가치가 되리라 예상한다.


번쩍거리는 금속 이어폰과 두 개의 흰색 케이블

개인적으로는 패키지 부피가 적은 제품을 선호하지만, 고급품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큼직한 패키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퀘스타일 NHB12는 큼직한 박스에 담겨 있으며, 내부 박스를 좌우로 펼쳐서 열면 이어폰 본체와 DAC 앰프가 내장된 케이블이 유저를 맞이한다.


박스 안쪽에는 광택이 좔좔 흐르는 검정색 가죽 케이스가 있으며, 다섯 가지 사이즈의 실리콘 이어팁과 3.5mm 커넥터의 케이블이 들어 있다. 가죽 케이스 안에는 이어폰 줄감개도 있으니 참조해두자.


NHB12의 실리콘 이어팁은 귓구멍에 깊이 들어가지 않고 귓구멍 근처의 영역까지 넓게 덮는 모양새다. 이렇게 생긴 이어팁은 장기간의 착용에서 편안하지만 사이즈가 조금만 틀려도 헐렁하게 될 수 있다. 다섯 가지를 모두 한 번씩 착용하면서 내 귀에 맞는 크기를 찾아보자. 귀에 끼울 때에도 되도록 깊이 착용하되 이어팁 전체가 귓속에 골고루 밀착되도록 해주면 좋다.


NHB12에는 DAC 헤드폰 앰프와 라이트닝 커넥터를 갖춘 '라이트닝 케이블'과 3.5mm 커넥터만 있는 '일반 케이블'이 포함된다. 기본적으로는 라이트닝 케이블로 iOS 기기에서 애플 뮤직을 들으며, 필요하다면 이어폰 유닛에 일반 케이블을 끼우고 다른 기기에서 써도 된다. 그래서 이 케이블 두 개의 커넥터 호환이 신경 쓰이는데... 2핀 규격인 점은 좋지만 커넥터 플러그가 평평하게 생겨서 대다수의 커스텀 이어폰들과는 호환되지 않는다. 이어폰의 2핀 커넥터 부분이 움푹 패여 있으면 NHB12의 케이블은 끼울 수 없다는 뜻이다.


라임 이어스 LE2 구형은 2핀 커넥터 부분이 평평해서 NHB12 케이블을 끼울 수 있다.
AAW A2H Pro V.2는 2핀 커넥터 부분이 움푹 패여 있어서 NHB12 케이블을 끼울 수 없다.

NHB12의 DAC 헤드폰 앰프는 퀘스타일 이어폰에 맞춰진 음색을 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타 브랜드의 이어폰에 라이트닝 케이블을 끼워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라이트닝 케이블의 DAC 헤드폰 앰프가 원래의 음 특성을 지니고 있으니 매칭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즉, NHB12의 라이트닝 케이블을 다른 이어폰에서도 사용해보고 싶다면 '2핀 커넥터 플러그 호환 여부'와 '음색 매칭'을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NHB12의 이어폰 유닛은 거울처럼 쓸 수 있는(...) 금속 하우징으로 되어 있다. 십중팔구 스틸 소재인 듯한데 제품 사양에는 언급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다. 케이블의 플러그 부분도 모두 동일한 금속 소재이며 몹시 반짝이는 광택이 있어서 지문이 잘 묻는다. 본인처럼 깔끔이 곧 생명이라 생각하는 인간에게는 극세사천으로 닦은 후의 광택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금속 하우징 이어폰은 추운 날씨에 귀에 끼우면 오싹한 시원함을 주는 점이 좋다.(???)



고해상도 재생은 확실하지만 참작해둘 점이 있다

퀘스타일 헤드폰 앰프에 적용되는 CMA 기술(Current Mode Amplification)이 SiP 형태로 라이트닝 케이블에 탑재되어 있다. 라이트닝 케이블의 Y-스플릿 부분에 스마트폰용 리모컨 정도 크기의 DAC 헤드폰 앰프를 넣은 것이다. 이것으로 음성 통화는 할 수 없지만, 내부로 보이는 오밀조밀한 부품들이 음질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전화할 때는 아이폰을 손에 들고 말하면 된다.)


DAC 헤드폰 앰프 파트에서 두 개의 빨강색 LED로 현재 재생 모드를 알 수 있다. CD 해상도를 재생 중이라면 LED가 한 개 켜지고, 고해상도 재생 중이라면 두 개가 켜지는 방식이다. 애플 뮤직에서 고해상도 음반이 걸리면 어김없이 LED 두 개가 켜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음향 오덕의 기본적 확인을 해보았다. 써드 파티의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NHB12의 라이트닝 케이블은 최대 192kHz까지 재생해줄 것인가? 원래는 iOS 음악 앱으로 애플 뮤직만 들으면 되지만, 리뷰어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점이다.


... Korg iAudio Gate와 Onkyo HF Player 앱 모두에서 해상도가 96kHz까지만 찍힌다. 애플 기기의 USB 오디오 폐쇄 성향이 또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휴고, 모조와 같은 본격적 기기들은 iOS 재생에서도 해상도 제한이 없지만, 아주 작은 USB 동글 앰프들은 DAC 사양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96kHz로 제한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 판매처를 통하여 퀘스타일에 문의해보니 그들도 NHB12의 96kHz 재생과 192kHz 재생을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애플 뮤직에서 고해상도 무손실 재생은 분명히 되는데 192kHz 영역은 소프트웨어로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써드 파티 앱에서는 96kHz 제한이 되더라도 iOS 음악 앱에서는 192kHz까지 나올 수도 있는데, 이것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면 ALAC 고해상도를 재생할 때 나오는 특유의 '건조하고 굵은 느낌'이 있다. 적어도 본인의 귀로 판단할 때는 NHB12가 애플 뮤직의 고해상도 음반을 재생한다는 점이 확실하다. 그래서 이 리뷰도 계속해서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말해두고 싶은 점이 있는데, ALAC 파일에서 44.1~48kHz 재생과 96kHz 재생의 소리 차이는 뚜렷하지만, 96kHz와 192kHz 재생의 차이는 이어폰 헤드폰으로 감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예를 들어 코드 모조 2를 라이트닝 OTG 케이블로 아이폰과 연결하고 애플 뮤직 재생을 해보면, 모조 2의 LED 색상으로 해상도 변경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어폰 헤드폰에서는 거의 똑같은 소리가 나온다. 이 점은 고해상도 FLAC 파일 또는 DSF 파일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오디오 룸에서 라우드 스피커로 들으면 공간 넓이와 공기 느낌 등으로 어렵게나마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SOUND

NHB12의 이어폰 유닛은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서 쉽게 구동할 수 있으며, NHB12의 DAC 헤드폰 앰프는 화이트 노이즈가 없어서 고요한 배경을 만들어준다. 즉, 아주 낮은 전압으로 노이즈 없이 큰 소리를 낸다는 뜻인데, 이러한 조합 덕분에 아이폰의 배터리 소모를 거의 일으키지 않아서 오래 오래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아이폰의 볼륨을 20~30%로 둘 만큼 소리가 크다. 너무 큰 소리로 오래 듣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라이트닝 케이블 속 DAC 헤드폰 앰프의 성능을 파악해봅시다


NHB12의 이어폰과 라이트닝 케이블을 아이폰과 연결하고 애플 뮤직을 듣기 시작한다. 아... 뭔가 심상치 않다. 처음부터 굉장히 안정적이며 밀도가 매우 높은 중.저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곧바로 샤프하면서도 밝고 시원한 고음이 솟아오른다. 기본은 포근한 느낌의 저음형 사운드인데 중음이 충실하며 고음이 매우 선명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NHB12의 라이트닝 케이블에 내장된 DAC 헤드폰 앰프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NHB12 이어폰 유닛을 기준으로 다른 DAC 헤드폰 앰프와 비교 청취해보면 될 것이다. NHB12 이어폰을 3.5mm 일반 케이블과 연결한 후 본인이 보유한 헤드폰 앰프 시스템에서 청취해본다.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바쿤 CAP-1003을 사용하며 블루사운드 노드 2i의 에어플레이 기능으로 아이폰에서 애플 뮤직을 재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라이트닝 케이블을 연결해서 아이폰으로 들어본다.


... 적어도 본인의 기준에서는 소리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다. 퀘스타일 M15을 리뷰했으니 이 회사가 USB 동글 앰프도 잘 만든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어폰 케이블의 Y-스플릿에 담긴 마이크로 사이즈의 DAC 헤드폰 앰프가 이 정도의 성능을 뽑아낼 줄은 몰랐다.


물론, 본인의 헤드파이 시스템과 NHB12 라이트닝 케이블의 음색 성향은 뚜렷하게 다르다. NHB12 라이트닝 케이블에 담긴 DAC 헤드폰 앰프는 '명확하고 현대적인, 샤프한 고음과 두텁고 단단한 중.저음'을 지향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알아차릴 정도로 매우 명확한 개성이다. 이는 기존의 퀘스타일 DAC 앰프들과도 크게 다른 점이다. 예전에 리뷰했던 거치형 CMA 시리즈들은 DAC에서 정밀한 사운드 시그널을 만든 후 앰프에서 잔향이 풍부하고 짙은 소리로 완성해주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NHB12는 DAC와 앰프 파트가 모두 정밀하고 단단하며 잔향이 없는 소리를 만든다. (*DAC 칩의 모델 넘버는 모르지만 ESS 제품이라고 한다.)


*담백한 애플 음색에 추가되는 복합적 양념


쉽게 말해서, NHB12를 쓰면서 퀘스타일의 음색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제품에게는 '애플 뮤직에서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는 별도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소리를 상상해보면 굵은 선의 소리, 중립적 음색, 조금 심심하지만 오래 들으면 고유의 맛이 살아나는 소리가 떠오른다. (*이 특징을 가장 명확하게 체감하고 싶다면 에어팟 맥스의 소리를 들어보자.) NHB12의 사운드 튜닝은 이처럼 담백한 애플 사운드에 고해상도, 선명한 고음, 굵직한 중음, 웅장한 저음을 양념으로 더해준다. 즉, NHB12는 애플 음색을 더 듣기 좋고 재미있게 보강하는 제품이며 그대로 유지해주는 제품은 아니라고 본다. 담백한 애플 음색을 선호하는 유저도 은근히 많기 때문에 적어두는 점이다.


*기본 포함되는 이어폰 유닛의 특징도 파악해봅시다


이어폰 유닛이 원래부터 밝은 음색, 낮은 왜곡율, 빠른 응답 속도, 고음과 저음이 강조된 V 모양의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 3.5mm 일반 케이블로 다른 앰프와 DAP에서 청취해봐도 확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러분의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요즘 시장에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도 뛰어난 디자인과 높은 해상도의 소리를 지닌 이어폰이 많이 있는데 NHB12의 이어폰 유닛이 딱 그런 인상을 준다. 이 물건은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 중에서 더 높은 해상도와 깨끗한 소리를 위하여 고음과 저음을 적당히 강조하고 THD(토탈 하모닉 디스토션) 수치를 크게 낮춘 제품에 속한다.


NHB12 이어폰 유닛의 유일한 단점은 음악적 튜닝이 없다는 것이다. 소리를 전달하는 트랜스듀서로써 높은 해상도와 깔끔하게 제거된 잔향으로 깨끗한 소리를 만들며, 여기에 든든한 중음과 웅장한 저음을 더하는 이어폰이다. 다만 여기에 더해서 음악성을 추구하거나 감성 자극을 하지는 않을 뿐이다.


*네 가지의 주요 특징


그런데! 이어폰 유닛의 음악적 측면을 NHB12의 DAC 헤드폰 앰프가 보완해준다. 이어폰 유닛에 라이트닝 케이블을 더하면 저음이 더욱 웅장해지며 소리 밀도가 더 높아지고 해상도가 올라간다. 앞서 언급했던 '애플 사운드에 더해주는 양념'인데, 다시 한 번 항목별로 정리해보겠다.


1) 소리의 고해상도


이어폰 드라이버의 소리 해상도가 높으며 라이트닝 케이블 속 DAC 헤드폰 앰프의 해상도 역시 높다. 애플 뮤직의 고해상도 무손실 파일이 지닌 최대한의 해상도를 뽑아낼 수 있겠다. 여기에서 '최대한'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ALAC 파일의 잠재력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아서 허들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NHB12 수준만 되어도 애플 뮤직에서는 하이엔드 사운드가 된다고 본다.


2) 밝고 선명한 고음


음색이 밝다. 차분하거나 진지하기보다는 화사하고 섬세하게 음악을 꾸며주는 편이다. 이어팁을 별매의 폼팁으로 바꿔서 밝은 음색을 조금 낮출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파랑색이나 하늘색에 가까운 음색이다. 고음의 선이 가늘고 현란하며 소리를 정밀하게 분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라이트닝 이어팟을 쓰다가 NHB12로 바꾸면 특히 음 분리 능력에 놀라게 될 것이다.


3) 굵직하고 충실한 중음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헤드폰 앰프의 긍정적 효과를 더 많이 받는 편이다. 앰핑이 제대로 들어간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중.저음의 선이 훨씬 굵게 되는데 이 제품도 그렇다. 극히 작은 크기의 통합형 DAC 앰프 칩인데 적어도 이어폰에게는 과분할 정도의 고출력을 넣어주고 있다. 이러한 재생 환경은 중.저음의 밀도를 크게 높여주며 듣는 이에게 귀 속을 가득 채우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


4) 단단하고 웅장한 저음


높은 저음의 펀치가 매우 빠르고 단단하며, 초저음은 아주 낮게 내려가면서 넓은 배경을 형성한다.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든 간에 초저음이 들어가 있다면 곧바로 웅장한 규모가 연출된다.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유의 초저음이라고 하겠다. 라이트닝 케이블을 다른 이어폰과 연결해봐도 웅장한 저음이 만들어지므로, 이것은 DAC 헤드폰 앰프의 특기인 듯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볼 때, 퀘스타일 NHB12의 소리는 애플 뮤직 구독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줄 것이며 아이폰,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에도 임팩트 있는 사운드 시스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어폰 유닛이 하이엔드는 아니라서 매우 자연스러운 음악 감상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우니, 어디까지나 자신의 사용 목적에 맞춰서 선택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NHB12 라이트닝 케이블의 2핀 커넥터 플러그가 맞는다면 다른 하이엔드 이어폰을 끼울 수 있으니 또 다른 변수도 존재하는 셈이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