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6. 15:53ㆍ이어폰
"음악 감상용 하이엔드 이어폰들이 어떤 소리를 추구하는지 뚜렷하게 알려주는 엔트리 모델 이어폰이다.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만 탑재했는데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착각할 만큼 고밀도의 저음형 올라운더 사운드를 지녔다. 고.중음도 깨끗하고 듣기 좋도록 정성스럽게 튜닝되어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싱가포르의 인이어 모니터 회사 AAW의 제품들을 쭈욱~ 사용하고 리뷰하는 중인데요. 이 회사의 물건들은 가격이 싸든 비싸든 최소한 중상급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브랜드의 이어폰 가격과 비교한다면 AAW 이어폰들은 엔트리 모델부터 하이엔드 모델까지 모두 가격대 성능비가 좋으며 유난히 알찬 구성품으로 유저에게 인심을 베푸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AAW의 공통적인 소리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저는 소리 선이 굵고 저음이 든든한 느낌부터 떠올립니다. 국내 진입 초기의 제품들이 모두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를 채용한 하이브리드 구조였고, 그 후 계속 출시된 신제품들도 일단 굵고 듬직한 소리 성향을 추구했던 듯한... 느낌적 느낌이 옵니다.
그런데! AAW의 이어폰 개발자가 슬슬 '소리의 재미'를 추구하나 싶더니 은근하게 독특한 시도를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다수의 이어폰을 만들면서 사운드 튜닝을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드디어 진짜 육수의 비법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이게 뭔 소리인고 하니, 설렁탕 요리사가 30년을 일하고 나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육수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육수 비법이 있으면 그 요리사의 식당에서 파는 모든 메뉴는 싸든 비싸든 간에 중간 이상의 대박을 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AAW의 30만원대 엔트리 모델, M20를 사용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마치 뜨끈한 설렁탕처럼 AAW 고유의 든든한 기운이 소리에 가득히 흐르는데 맛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것은, 더 좋은 음질을 위해서 이제 막 유선 이어폰과 DAP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하이엔드 이어폰들의 소리가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 알려줄 수 있는 이어폰입니다.
이어폰 헤드폰 분야는 많은 부분이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와 닮아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쉬운 예시는, 라우드 스피커의 하이파이 오디오가 그러하듯 이어폰 헤드폰도 하이엔드로 갈수록 소리가 심심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처음 들을 때만 심심할 뿐, 시간을 두고 계속 듣기 시작하면 진짜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그동안 이리 저리 흔들리던 원음의 기준이 잡히고, 음악 만든 사람의 의도에 자신의 청각이 점점 가까워지는 즐거움입니다. 특히 자신이 예전에 사용하던 제품들과 지금 보유한 하이엔드 제품을 비교 청취하면 그 격차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소리의 재미를 위해서는 굳이 하이엔드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결론도 나옵니다. 어느 쪽이든 여러분의 선택이며 여러분의 통장 잔고가 강제로 결정해주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
그런데!! AAW의 이어폰 개발자가 통장 잔고의 제한을 풀고 '30만원대 2 BA 이어폰으로 하이엔드 소리를 느껴보시라~' 이러면서 여러분의 앞에 내미는 제품이 바로 M20입니다. 고음과 저음이 더 잘 들리고 충분히 자극과 파워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V 사운드가... 아닙니다! M20의 소리를 들으면, 웅장하고 넓게 울려퍼지는 초저음 위에서 저음, 중음, 고음, 초고음이 단계적으로 배치되는 고해상도 사운드의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 형태의 소리 구조를 30만원대 2 BA 이어폰이 구현해버린다는 말입니다. 물론, 한 가지 걸림돌이 있기는 한데 그 점은 소리 감상편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인심 좋은 구성품 + 금 도금 페이스 플레이트
앞서 언급한 대로, AAW는 모든 모델의 가성비가 좋으며 구성품을 아낌없이 챙겨줍니다. M20의 박스는 다른 상급 모델처럼 큼직한 편이며, 박스를 열면 이어폰 유닛 한 쌍과 지퍼로 여닫는 하드 케이스가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 박스 내부를 보면 이어팁이 9쌍이나 들어 있습니다.
M20의 이어팁은 세 가지 종류이며 각각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에 모두 사용해보시길 권하겠습니다. 회색의 살짝 두꺼운 실리콘 이어팁은 기본형이며, 검정색의 길쭉한 실리콘 이어팁은 고음형이고, 흰색의 널찍한 실리콘 이어팁은 저음형입니다.
세 이어팁을 나란히 두고 보면 차이점을 알 수 있는데요. 기본형은 종 모양으로 귓구멍 입구에 골고루 밀착되며 노즐 직경이 작은 편이라서 저음 전달이 잘 되고 고음이 적당량 유입될 것입니다. 고음형 이어팁은 길쭉한 모양새로 귓구멍 입구에 밀착되는 면적을 줄이며 노즐 직경이 조금 더 커서 고음이 더 강해집니다. 저음형 이어팁은 넓은 면적으로 귓구멍 입구에 밀착되어 저음을 강하게 만드는 한 편 노즐 직경을 더욱 크게 해서 고음도 잘 통하게 해두었습니다. 즉, 세 가지 이어팁 모두 M20의 기본 사운드를 지키되 고음과 저음 비율이 조금씩 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AAW는 커스텀 케이블 회사인 Null Audio와 일심동체이기도 합니다. (같은 회사) 그래서 가성비 좋은 이어폰 모델에도 고품질의 기본 케이블을 담아줄 수 있습니다. M20의 기본 케이블로 Null Audio의 Brevity가 들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UP-OCC 동선 케이블이며 음색 특징이 거의 없는 편이라서 제가 듣기에는 M20의 소리 성향과 잘 어울립니다. 커넥터는 2핀과 3.5mm 규격입니다.
국내 출시되는 M20는 유니버설 버전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제조 공정은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와 동일합니다. 이어폰의 쉘 부분을 3D 프린팅으로 제조한 후 하나씩 수작업으로 조립하고 페이스 플레이트를 덮어서 연마하는 것입니다. 손에 들고 가까이 살펴보면 제작 품질이 상당히 좋음을 알 수 있습니다.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의 접착면을 매끈하게 정돈해두었으며 2핀 커넥터 부분을 조금 볼록하게 만든 점도 흥미롭습니다.
M20는 1 BA로 고음과 중음을 재생하고 1 BA 우퍼로 저음을 재생합니다. 2-Way 크로스오버, 2 보어 구조이며 노즐 끝부분에는 귀지 유입을 막는 철망이 있습니다. 제가 여태껏 사용해본 AAW 이어폰들보다도 노즐이 긴 편이라서 귀에 단단히 끼울 수 있으며 소음 차단 효과도 좋습니다.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은 조금 특이한데요. 파랑색의 벌집 패턴 속에 금색을 입혀놓았습니다. 나중에 제품 설명을 보니 금 도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빛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서 페이스 플레이트의 색이 많이 달라집니다.
SOUND
주파수 응답 범위는 10 ~ 40,000Hz로 상당히 넓으며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106옴이나 됩니다. 그런데 드라이버 감도가 115dB로 무척 높아서 구동하기는 더 쉽습니다. 원래 저음이 많은 이어폰이며 아주 쉽게 울릴 수 있으므로 별도의 앰프 없이 DAP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듣기를 권합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임피던스 106옴을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_-) AAW M20는 소출력으로 쉽게 울릴 수 있는 고감도 이어폰입니다. 이어폰 헤드폰의 드라이버 임피던스 수치는 헤드폰 앰프의 출력과 관련이 있으며, 실제로 드라이버 능률을 보여주는 것은 드라이버 감도 수치입니다. 제품 사양표에서 SPL 또는 Sensitivity의 수치가 높다면 구동하기 쉽다고 예상하셔도 됩니다. (*대략 110~120dB 수준이라면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편)
*하이엔드 이어폰의 피라미드형 소리를 구현하다
제품의 하드웨어는 밸런스드 아머처(BA) 드라이버 두 개를 고.중음과 저음으로 엮은 평범한 구성입니다. 그런데 사운드 튜닝이 아주 독특합니다. 일반적인 2 BA 이어폰이라면 고.중.저음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 고음과 저음을 더 강조하는 정도로 예상할 수 있을 텐데, AAW는 M20에서 하이엔드 이어폰들의 피라미드형 소리를 구현해냈습니다. 가깝게 흉내를 낸 것이 아니라 거의 85~90% 수준으로 구현을 했다는 뜻입니다. 피라미드 모양의 소리는 음 영역의 비중으로 볼 때 초저음이 가장 크고 그 위로 저음, 중음, 고음, 초고음 순서로 점점 작아지는 형태입니다. 낮은 음이 넓고 웅장하게 펼쳐지는 바탕에서 고.중음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초고음의 공기 느낌까지 살아날 수 있어서 IEM(인이어 모니터)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입니다. 그런데 M20는 BA 우퍼 하나로 넓고 웅장하게 펼쳐지는 저음을 만들고, BA 트위터 한 개는 저음 위에서 아주 세밀하고 깨끗하게 춤추는 고.중음을 구현하며 공기 느낌의 초고음까지 확보합니다. 단, 이런 놀라운 퍼포먼스를 이해하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합니다.
*처음 들으면 흐릿한 느낌 - 사실은 이것이 핵심이다!
다른 이어폰과 비교 청취해보면 M20의 저음이 아주 뚜렷하게 '흐린 느낌'을 줍니다. 분명히 BA 우퍼인데 무슨 다이내믹 드라이버처럼 높은 저음의 무거운 펀치가 있고, 잠시 후 초저음에서 뭉게구름이 크게 피어오르더니 저음과 낮은 중음 영역까지 모두 스며듭니다. 처음 들을 때에는 '아, 뭐야, 웬 흐린 연막이 있잖아!' 이러면서 한 쪽 눈썹을 꿈틀거릴 만한 특징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흐릿함이 M20의 피라미드형 소리를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귀에서 M20를 빼려고 하는 그 손을 멈추고 다음 곡을 재생해봅시다! 이 제품은 최소 30분은 들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부류의 이어폰입니다.
*고.중음에서 나오는 고해상도와 무음색
저음의 흐릿함을 받아들이면서 귀를 기울여보면, 소리가 심상치 않을 정도로 깨끗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포근한 저음의 내부로부터 BA 트위터의 성능을 살린 정밀하고 선명한 고음과 중음이 들려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밝지 않으며 양념을 쫙 빼낸 담백한 음색을 만듭니다. 이 고음에는... 놀라운 고해상도와 무음색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처음 감상할 때는 저음형 사운드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이라도 고.중음의 연주가 나오면 '정밀한 성향의 고해상도 BA 이어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밀함, 세밀함은 초고음부터 낮은 고음을 거쳐 중음 영역까지 폭넓게 적용됩니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가 더욱 좋다
예를 들면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고음과 초고음을 담당하는 소형 타악기와 심벌즈 소리가 매우 선명하게 들립니다. 특히 7~10kHz 범위의 소리가 유난히 깨끗해서 촘촘하고 시원한 고음 악기의 소리를 듣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말 그대로 '귀를 기분 좋게 간지럽히는 고음'이라고 하겠습니다. BA 우퍼에서 굉장히 굵은 선의 낮은 중음과 저음을 만드는데 이것도 또 다른 장점이 됩니다. 낮은 중음과 높은 중음이 든든히 보강되어서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의 낮은 음이 매우 두텁고 포근하게 울립니다. 여기에 더해서 고.중음이 조금도 가려지지 않고 귀를 간지럽히면서 들리니, 첫 인상에서 흐린 연막 어쩌구저쩌구했던 생각이 흐린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보컬과 현악기 소리에서 높은 음의 듣기 좋은 디테일과 낮은 음의 따뜻하고 두툼한 기운을 모두 접하고 있습니다. 보컬과 현악기 소리를 음색의 꾸밈 없이 깔끔하고 건조하게, 사람의 체온을 가득 담아서 전해줍니다. 소리 선이 매우 굵으며 밀도가 높으니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를 더욱 가깝고 풍성하게 음미할 수 있습니다.
*소출력의 고해상도 기기를 권장함
이러한 특이성 때문에 M20는 연결하는 기기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출력 높은 기기와 연결하면 소리가 흐리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소출력 기기에 바로 연결했는데 그게 소스 품질이 그리 좋지 않은 스마트폰의 헤드폰잭이라면... 그 또한 흐린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어느 쪽이든 출력이 그리 높지 않으며 해상도가 높은 기기와 연결할수록 좋다는 뜻입니다.
저의 경우는 Fiio K3, 코드 모조 2, 아스텔앤컨 SR15 등의 기기에서 모두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바쿤 CAP-1003에서는 저음의 고.중음 마스킹 현상으로 흐린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 소형 기기들보다 CAP-1003 앰프의 체감 출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M20의 저음이 더욱 굵어지면서 마스킹도 더 늘어난 모양입니다. 물론, 이것도 일개의 매칭 결과일 수 있으니 참조만 해두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M20에 고출력 헤드폰 앰프를 연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Fiio K3 정도만 되어도 해상도와 출력 측면에서 충분하다고 봅니다. (PC에 연결한 K3의 볼륨 노브 1시 방향에서 드라이버가 쩌렁쩌렁 울림) 제 짐작일 뿐이지만 M20는 원래부터 보급형 DAP의 헤드폰잭에 잘 맞춰진 이어폰일지도 모릅니다. 더 낮은 출력에서 더욱 두툼한 중.저음을 들려주도록 소리를 맞췄다면 그럴 만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음형 올라운더 + 듣기 좋은 고.중음 = 좋지 아니한가!
BA 이어폰의 고해상도와 뛰어난 음 분리 능력을 갖췄는데 유난히 두툼한 저음을 더했습니다. 거의 무음색에 가까우며 저음의 따뜻한 기운만 추가된 소리인데요. 음반 감상에서 음색 변화에 민감한 유저에게 만족스러운 이어폰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저음의 뜨끈한 기운을 빼면 음색 특징이 거의 없어서 '저음형 올라운더'의 성격을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에게 더욱 만족스러운 부분은 아주 듣기 좋은 고.중음이었습니다. 저음형 올라운더 이어폰인데 고.중음이 너무나도 깨끗하고 듣기 좋아서 매료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AAW M20는 그 정도로 독특한 물건입니다.
*저음의 흐릿한 기운이 지닌 또 다른 장점 - 연주 공간의 울림 효과
앞서 계속 설명했지만 이 제품의 선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또 설명하고 싶습니다. M20는 대단히 섬세한 고음과 굵직한 중음, 흐릿한 구름처럼 포근한 잔향을 지닌 저음이 혼합된 이어폰입니다. 우퍼 쪽에서 만드는 저음은 몹시 포근하고 펀치가 단단하며 울림이 넓고 웅장합니다. 그리고 뭔가 흐릿한 기운이 있어서 처음 들으면 낯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흐릿한 기운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모든 종류의 음악에서 든든한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소리가 녹음된 공간의 '울림 효과'를 잘 살려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 콘서트홀 내부의 울림이 뚜렷하게 강조됩니다. 다른 종류의 실내 공간 울림도 골고루 부각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쿠스틱 연주 쪽을 더 많이 듣게 됩니다. 단순한 기분으로 말한다면, M20는 차갑고 샤프한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머리 둘레를 따뜻하게 감싸는 온풍을 느끼고 싶을 때 좋은 이어폰입니다. 그런데 고.중음은 여름에 섭씨 20도로 맞춰둔 에어컨을 떠올릴 만큼 시원하고 섬세합니다.
*이건 아무리 들어도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저음이잖아요
이것도 참 희한한 특징입니다. 2 BA 이어폰인데 소리 밀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특히 BA 우퍼의 소리를 완전히 다이내믹 드라이버 같은 감촉으로 튜닝해놨습니다. (...어떻게?) 필터의 밀도 조절도 이런 느낌에 큰 기여를 했을 터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M20의 소리를 듣는다면 BA + DD의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귀에 가득히 차오르는 고밀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오해할 수 있는 특징이 또 하나 있는데요. 저음 펀치가 매우 단단합니다. 짧게 끊어서 치는 타입이 아니라 깊고 묵직하게 쿵쿵거리는 타입의 저음 타격입니다. 저음의 질감도 기체가 아니라 순도 100%의 고체 덩어리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접했던 AAW의 BA + DD 하이브리드 이어폰들을 떠올려봐도, M20는 저음을 DD처럼 벌크업한 인상을 줍니다.
*고음이 듣기 좋아서 더 좋잖아요
고음이 유난히 세밀하고 고운 감촉을 냅니다. 낮은 고음 부분을 적당히 낮추었고 초고음 중심으로 조금씩 강조한 모양입니다. 고음만 선이 가늘고 감촉이 매우 부드러운데, 청각 자극과 밝은 음색을 피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딥(Dip) 튜닝을 한 것입니다. (일부 영역을 낮춤) 적어도 평탄한 소리는 아니며 개발자가 다분한 의도를 가지고 잘 주물러놓은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 속에서 달콤한 맛을 느낄 정도로 감촉이 좋습니다. 고해상도 중심의 고음 튜닝이면서도 청각 자극이 하나도 없으니 이것도 마음에 듭니다. 저음 울림의 따뜻하고 흐린 느낌은 호불호가 갈리겠으나 아주 훌륭한 고.중음의 튜닝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할 듯합니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하고 넓게 울리는 저음 위에서 이렇게 듣기 좋은 고음이 살아납니다. AAW에서 이어폰 만드는 사람 또는 사람들은 특별한 육수의 비법을 터득한 것이 분명합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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