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1, 아트리오 이어폰 개발자의 레퍼런스 완성품이 나왔습니다. 리뷰합니다.

2023. 7. 7. 13:26이어폰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이 이야기는 애플 아이팟이 막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애플 매장의 액서세리 공급처였던 익스트림맥(XtremeMac)은 FS1이라는 이어폰을 정식 채택하여 '아이팟을 위한 이어폰'으로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그 후 FS1의 디자인과 소리를 개선하여 아트리오(Atrio)라는 이어폰이 탄생했고, 미국의 퓨처 소닉스(Future Sonics)라는 브랜드로 헤드파이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요. 200달러가 넘는 가격의 아트리오는 무대 공연용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에 사용되는 드라이버를 담고 있었고, 다른 이어폰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품질의 저음으로 주목 받습니다.


예전에 구입해둔 FS1입니다. 아주 담백한 고음과 굵고 풍부한 저음이 특징입니다.

그 후 2007년, 퓨처 소닉스 아트리오가 국내 수입이 시작되면서 제가 직접 정식 리뷰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품을 개봉하다가 문득 손을 멈추었습니다. 박스 한 구석에 'Made In Korea'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외 헤드파이 커뮤니티에서 '우와! 이렇게 그레이트한 베이스는 처음이야!'라는 식의 반응을 얻고 있는 이어폰의 생산지가 한국이었던 겁니다. 그 때 많은 분들이 아트리오를 구입했고, 소니 MDR-E888이나 오디오 테크니카 ATH-CM7 등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소리에 만족하셨더랬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고 이어폰 세계는 끊임없이 고급화됐으며 퓨처 소닉스 아트리오는 조용히 잊혀질 뻔했습니다.


예전에 FS1과 함께 구입해둔 아트리오입니다. FS1보다 고음이 조금 더 강조되어 있습니다.

...잊혀진 게 아니라 잊혀질 뻔했다니요? 그렇습니다. 아트리오는 2016년말에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FS1도 그렇고 아트리오도 그렇습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한국의 개발자 한 분이 만들어낸 것이었으며, 더 이상 신제품 출시를 하지 않게 되자 이 분은 FS1과 아트리오의 재고품을 싸게 처분하기로 결정합니다. 바로 이 '떨이(?) 판매'가 한국의 이어폰 장인 한 명을 다시 물 밖으로 꺼내게 됩니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트리오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재고품을 구입해준 것입니다. 그 때부터 이어폰 장인 한 명의 'E사운드 팩토리'라는 회사가 긴 시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FS1의 유전자로 만들어낸 단 하나의 소리 - G7s

제가 듣기에 FS1의 소리는 느낌이 아주 포근하고 자극이 없는 '저음형 빈티지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리가 대단히 자연스럽고 밀도가 높으며, 웅장한 규모와 깊은 펀치를 지닌 저음이 특징입니다. 수많은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들 중에서 이런 저음을 내는 제품은 아직도 본 적이 없는데요. FS1 고유의 사운드 특성이기도 하고, 하도 옛날(...)의 소리라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으니 그런 모양입니다. 이러한 소리를 바탕으로 해서 E사운드 팩토리의 이어폰 개발자는 제품 기획자나 영업하는 사람도 없이 홀로 신제품을 만들고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아트리오 팬들에게 판매해왔습니다. (*'개발자'라며 존칭 없이 소개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바랍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의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모델이 탄생했는데... 이 제품들은 사실상 개인 제작품이라서 디자인과 완성도의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그 대신 소리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어서 가격대 성능비가 생기니, 이 제품들을 꾸준히 구입해주는 아트리오 유저 그룹이 형성됐습니다. 바로 이 분들 덕분에 이어폰 장인이 더 좋은 소리를 만드는 개발 과정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 해가 흐르는 동안 더 좋은 소리와 디자인의 신제품을 만들었으나 개발자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아트리오 유저 그룹도 더 좋은 모델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소식을 살피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그 후 E사운드 팩토리는 '노랑 올빼미'라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브랜드 명칭을 제시하면서 G7 시리즈 3종을 공개합니다. 더 이상 개인 제작품이 아닌 정식 상품으로 내놓기 직전까지 온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만들어온 이어폰 중에서 가장 좋은 소리라고 할 만한 G7 시리즈 3종은 알파, 감마, 실버 버전으로 음색이 나뉘어서 유저의 선택이 더욱 복잡하게 됐습니다. 기획자 없이 엔지니어가 스스로 기획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렇게 됐다고 봅니다.


가장 큰 사건이 터지기 전이 가장 조용한 법이지요? G7 알파, 감마, 실버가 소량 판매된 후 유저들의 반응이 나왔고, 개발자는 그들의 요구와 더불어 자신의 소리 취향까지 전부 통합하는, '단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 방향은 바로... FS1의 저음형 빈티지 사운드를 모든 측면에서 그대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E사운드 팩토리의 노랑 올빼미 브랜드에서 드디어 정착하게 된 레퍼런스 사운드의 최종 모델. 이것이 바로 G7s입니다.


연락을 받아보니 개발자분이 스스로 '바로 이 소리다!'라고 할 정도랍니다. 그동안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던 사람이 웬일로 자신감을 보이나 싶었는데, 저도 G7s를 받아서 처음 들어볼 때부터 즉시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이전 모델들은 한 두 개씩 소리의 개성이 있어서 사람 취향을 타는 면이 있었으나, G7s는 '저음형 고해상도 레퍼런스 사운드'라는 올라운더의 면모를 보입니다. 달콤한 자연스러움으로 즉시 빠져들게 하는 고음, 아주 가깝고 선이 두터운 중음, 몹시 포근하고 규모가 웅장한 저음이 있습니다. 소리가 좋은 이어폰은 한 번 감상하고 나면 다시 듣고 싶어집니다. 저는 오랫동안 E사운드 팩토리의 개발 샘플 제품을 받아서 테스트하고 감상평을 보냈는데, 이전 제품들은 모두 소장품이 됐지만 G7s는 지금도 저의 음악 감상에 참여하는 현역이 됐습니다.


G7s의 소리가 급격히 진화해서 드디어 완성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공기 흐름의 조절'입니다. 바로 앞의 G7 시리즈 3종에서 뭔가 막혀 있었던 부분이 모두 시원하게 뚫린 것입니다. G7s는 가격이 20만원대인데 소리의 품질과 매력 수준(?)을 생각한다면 두 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G7s는 생산 방식으로 볼 때 100% 수공업의 개인 제작품이므로 제품 디자인과 패키지 구성도 개인 제작품의 수준이 됩니다. 아트리오를 기억하는 분들은 기대감과 확신으로 G7s를 구입할 수 있겠지만, 이 제품을 처음 보는 분들은 개인 제작품에 대한 이런 저런 의심부터 경험할 것입니다. 제가 리뷰했던 수많은 이어폰들 중에서도 특이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E사운드 팩토리 노랑 올빼미... 아, 진짜 이 회사에는 기획자와 마케터가 필요합니다. 알 수 없는 이름의 회사에서 만든 G7s는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담은 커널타입 이어폰입니다. 대량 생산품이 아니라 개발자가 하나씩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제조 공정이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와 똑같습니다. 하우징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서 색상을 입히고, 드라이버를 테스트한 후 내부 부품과 함께 조립하고, 최종 측정과 청취를 통해서 품질 확인 후 패키징까지 개발자가 직접 합니다. 혹시 제품을 여러 개 만들어둔 상태라면 주문 즉시 배송되겠지만, 재고의 공백 기간에 주문한다면 며칠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커스텀 이어폰과 동일한 제조 공정의 개인 제작품이라서 생기는 장점도 있습니다. 주문할 때 2만원을 더 넣으면 G7s의 하우징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본은 블랙, 화이트, 아이스 블루, 건메탈로 네 가지인데 아래의 사진처럼 범블비 옐로우로 만들 수도 있는 겁니다. 또한 이어폰 오른쪽 유닛 표면에 양각의 커스텀 로고를 새길 수도 있는데요. 이건 이어폰 제작 기간이 10일 정도 된다고 합니다.


E사운드 팩토리에서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사용 중인 G7s는 아이스 블루 색상, 2핀 커넥터, 8심 케이블 구성입니다. 제품을 주문할 때 1~2만원의 차이로 구성품을 선택할 수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혹시 자신이 보유한 커스텀 케이블을 쓰고 싶다면 G7s 본체와 기본 이어팁 세 쌍이 담긴 '단품'으로 구입하셔도 됩니다. 다른 패키지로 MMCX 버전은 검정색 기본 케이블이 포함되며, 2핀 버전은 하얀색의 8심 케이블이 포함됩니다. 8심 케이블은 재생기 연결하는 커넥터가 TRN 제품이라서 TRN의 4.4mm 커넥터 등으로 손쉽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단, TRN 커넥터는 직접 따로 구입해야 함)


또 다른 특징을 본다면... 노즐이 분리됩니다. 이어팁을 끼운 상태에서 돌리면 나사식으로 장착된 노즐이 분리되는데요. G7s의 금속 노즐과 드라이버 앞쪽에는 필터가 없기 때문에 먼지나 귀지가 유입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노즐을 분리해서 이물질을 제거해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SOUND

*요약 : '저음형 올라운더 + 레퍼런스 이어폰'입니다. 음색 특징이 없으며 음악 장르의 구분도 필요 없겠습니다. 모든 종류의 음악에 아주 든든한 저음이 깔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어폰이 아니라 대형 스피커로 모든 종류의 음악을 즐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소리 전체를 흐리지 않고 차분한 음악과 짜릿한 음악에 맞춰서 대응하는 저음 덕분입니다. 차분한 음악에서는 저음이 넓고 웅장하며, 짜릿한 음악에서는 속이 다 뚫릴 정도로 시원한 저음 펀치를 냅니다.


*요약 2 : 고.중음이 자연스럽고 시원하게 들리는데, 청취자에 따라서는 저음이 굉장히 대단히 끝내주게 강력한 이어폰이 될 수 있습니다. 심장을 때리는 메가 와트급 베이스가 필요한 분들만 제 감상문을 읽어주세요.


*헤드폰 앰프가 있으면 더 좋음


E사운드 팩토리 노랑 올빼미 아놔 진짜 기획자랑 마케터 채용하세요의 G7s는 풀레인지 DD 이어폰들 중에서도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편입니다. 스마트폰,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감상해도 됩니다. 그러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헤드폰 앰프를 사용할 때 유난히 소리가 좋아지는 면이 있습니다. 자그마한 USB 동글 앰프도 좋고, 코드 모조 2 같은 휴대용 DAC 헤드폰 앰프를 써도 좋겠습니다.


이 제품의 주파수 응답 범위, 드라이버 임피던스, THD 등의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발자가 직접 측정과 검토를 하면서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소리의 완성도는 안심해도 될 터입니다. 소량 주문 생산이므로 QC 과정을 까다롭게 해도 상관없는 겁니다. (예: 드라이버 성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바로 폐기) 또한 G7s 속에는 사운드 전체를 결정하는 부품이 있어서, 제품 조립 후에 타겟 곡선 매칭을 확인하고 직접 청취해서 한 개씩 완성하는 방식을 쓴답니다.


G7s는 현재의 이어폰 시장과는 별개로 둘 만한 특이한 제품입니다. 소리의 시작점이 2000년대 초반의 애플 아이팟에서 시작된 FS1이고,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의 드라이버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별다른 브랜딩이나 마케팅도 없이 개인 제작품으로 판매되니 소리의 가격대 성능비가 좋습니다. 왜 이어폰에서는 커다란 스피커 소리를 들을 수 없나! - 이렇게 외치는 사람들에게 답을 주는 이어폰이 현재 몇 개나 있을까요? 대충 떠올려봐도 파이널 피아노 포르테 시리즈나 비전 이어스 엘코닉이나 캠프파이어 오디오 트라이펙타 같은 괴물들만 생각나는데요. 20만원대의 G7s는 커다란 스피커 소리를 내 머리에서 시뮬레이션 해버립니다.


*참고 : G7s에서 이어팁은 기본 포함되는 실리콘 더블팁을 권하고 싶습니다. 어느 회사 제품이든 간에 싱글팁을 쓰면 소리의 공간감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G7s를 만든 사람도 노즐이 긴 실리콘 더블팁을 기준으로 소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폼팁을 참조용으로 투입) 착용감 개선과 낮은 고음 강조를 위해서 실리콘 더블팁의 기둥을 조금 잘라낼 수도 있는데, 적어도 G7s는 소리 측면에서 그럴 필요가 없는 듯합니다.


*메가 베이스! 리얼 메가 베이스!!


처음 듣는 순간부터 굉장한 저음형 이어폰!이라고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정말로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아니면 나올 수가 없는, 거대하고 묵직하며 밀도가 매우 높은 저음이 초저음 영역까지 쭈욱~! 크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음악용이 아니라 영화 볼 때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이어폰 속에 서브 우퍼가 있으니 당연한 생각이고요. 이 느낌을 눈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저의 '느낌 그래프'도 올려둡니다. 예전에 개발자분이 측정 장비에 주파수 응답 그래프가 뜬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어서 저의 온전한 상상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저음형 레퍼런스 사운드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그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추상화입니다. 실제 측정 자료가 아닙니다.

E사운드 팩토리의 소리 성향은 그 옛날 FS1부터 하만 타겟 곡선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측정 기준은 플랫에 가까울수록 저음이 약하고 중음이 강해지기 때문에 저음이 든든한 이어폰 헤드폰들은 소리가 나쁘다고 비판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FS1과 아트리오는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저음과 자연스러운 음색으로 매니아들에게 인정 받았습니다. 지금 리뷰하는 G7s의 소리는 하만 타겟보다는 저음이 조금 더 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저음에 압도되고 나중에는 선명함에 빠져든다


고.중음보다 저음이 훨씬 크기 때문에 샤프하고 차가운 소리와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BA 이어폰이나 하이브리드, 트라이브리드 구성의 이어폰을 사용해왔다면 G7s와 같은 저음형 DD 이어폰의 소리가 흐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G7s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중음이 점점 굵고 가깝게 들리며 고음이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청취 시간이 10분, 20분, 40분, 1시간으로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고 선명한 전체적 느낌이 이 물건의 진정한 강점임을 깨닫습니다. 저음이 그야말로 둥둥거리며 울리는데 고.중음의 해상도가 무척 높으며 음 분리가 세밀하게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G7s가 그토록 오래 걸려서 완성된 이유입니다. 공기 흐름 조절의 중대한 효과로 인해 강력한 저음과 고해상도의 고.중음이 실제로 공존하게 됐습니다.


*강력하지만 폭주하지 않는, 실로 고급스러운 저음


대형 헤드폰을 뛰어넘어서 대형 스피커를 연상하게 만드는 거대 우퍼의 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높은 저음과 초저음이 모두 크게 강조된, 실로 강렬한 파워의 진동이 두개골을 뒤흔듭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저음은 조금도 폭주하지 않습니다.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에서는 저음의 깊은 울림을 아주 길고 깨끗하게 이어주며, 저음 펀치가 빠른 템포로 고속 발사되는 음악에서는 심장을 곧바로 때리는 듯한 쿵쿵거림으로 듣는 이의 넋을 빼놓습니다.


이 소리를 듣노라면 빠르고 정밀하고 건조한 성향은 1밀리그램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크고 둔탁하고 편안하며 따뜻한 울림이 여유롭게 이어지는 성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그 중에서도 야외 공연을 위해 더욱 거칠고 강렬하게 만들어진 테크노 장르를 들으니 실제로 야외 무대의 라인 어레이 스피커에서 초저음을 듣는 듯한 쾌감을 맛봅니다.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G7s의 소리는 저음형이라서 포근하게 느낄 뿐 실제로는 응답 속도가 빠르며 탄력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FS1과 아트리오를 만든 사람만 구현할 수 있는 드라이버 자체의 고급스럽고 강력한 저음 속성입니다.


여기에서 '고급스러운 저음'이라는 것은,

1) 밀도가 매우 높아서 감촉이 대단히 곱게 됩니다.

2) 응답이 빨라서 빠른 템포의 저음 연주에서도 흐린 느낌이 없습니다.

3) 저음 울림의 시작부터 끝까지 골고루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4) 거대한 규모로 넓은 울림을 만들어줍니다.

...등의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G7s의 저음은 이 모든 것을 갖고 있습니다.


G7s의 고급스러운 저음은 사실 FS1과 아트리오의 시절부터 이미 달성된 것입니다. 이 제품을 진짜 레퍼런스로 만들어주는 점은 '고.중음의 세련된 튜닝'에 있습니다. 개발자는 수년 동안의 신제품 개발에서도 찾아내지 못했던, 아주 작게 막혀 있었던 그 곳을 결국 찾아냈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신선하고 듣기 좋은 소리로 만들어냈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이어폰들이 따라갈 수 없었고, 현재는 다른 이어폰들이 추구하지 않는 특별한 저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는 고음과 중음에서도 G7s 고유의 자연스럽고도 선명한 느낌이 있습니다.


*의도적 변화를 넣지 않은 고음과 중음


G7s의 소리에서는 고음과 중음을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제품의 고음과 중음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으며, 청각 자극이나 음색 변화를 만들지 않아서 굉장히 정직하게 들립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에서 별다른 딥(움푹)이나 피크(뾰족) 없이 초고음부터 낮은 중음까지 쭈욱 깨끗하게 만들었으며 의도적인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고음과 중음이 모두 선이 굵으며 거대한 저음과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청각 자극이 생기지 않도록 낮은 고음의 일부를 낮춘 듯하고, 고음과 초고음은 뚜렷한 강조 없이 완만한 언덕을 만듭니다. 그래서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를 비롯해 드럼의 심벌즈 고음이나 피아노의 낮은 음까지 모두 '기준점'에 가까운 선명도와 자연스러움을 지닙니다.


*파이널 ZE8000과 탄노이 스피커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G7s의 소리 성향은 두 가지 제품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무선 이어폰인 파이널 ZE8000입니다. ZE8000의 소리는 초저음 강조가 많아서 처음에는 흐리게 들릴 수 있으나, 고.중음의 해상도가 매우 높으며 초저음은 대형 스피커 같은 느낌이어서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다른 무선 이어폰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각별한 쾌감을 얻으면서 '이런 것이 진짜 저음형 고해상도 사운드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G7s가 딱 그런 종류의 소리를 냅니다.


둘째는 탄노이의 대형 스피커가 되겠습니다. 탄노이가 아니라도 트위터를 우퍼 중앙에 넣은 동축 설계의 풀레인지 스피커라면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G7s를 귀에 끼우고 음악을 틀면 대형 스피커 한 쌍을 머리 바로 옆에 하나씩 두고 듣는 듯합니다. 차원이 다르게 크고 강력한 저음의 우퍼가 머리 좌우에 있습니다. 그런데 고.중음이 저음에 가려지거나 따로 놀지 않고 저음의 중앙에서 아주 굵은 선과 뚜렷한 디테일을 지니며 청취자의 고막으로 직진합니다.


*거대한 북 소리의 감동


이 제품의 음악 장르 구분은 없으나 고유의 저음 특성 덕분에 '반드시 청취해봐야 하는 종류'는 있습니다. 어느 음악이든 거대한 북을 연주하는 곡을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절에서 스님이 북을 연주하는 곡도 좋고, '엘더 스크롤 V : 스카이림'의 사운드 트랙 중에서 소븐가드 테마 음악을 틀어도 좋습니다. 엄청나게 큰 북의 가죽이 광속으로 두두두두두두두두 울리거나 둥! 두웅~!하고 끊어서 크게 울리는 소리가 가슴 속의 밑바닥까지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G7s의 저음은 이렇게 물리적으로 큰 저음 연주를 실제로 유저의 머리와 심장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이 리뷰는 E사운드 팩토리의 제품 제공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