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6. 19:04ㆍ이어폰
"포닉스 리미티드는 편안함보다 감동으로 무게 중심을 살짝 기울인 한정판 제품이다. 저음 영역의 느긋하게 풀린 부분을 약간 단단하게 조였는데, 이 변화가 소리 전체의 느낌을 바꾼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약 4년 전에 독일 IEM 회사 '비전 이어스(Vision Ears)'의 VE 시리즈 이어폰 전체를 리뷰했던 적이 있다. 당시 비전 이어스는 현역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를 만들고 있었으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컨슈머 마켓의 가능성을 보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중이었다. 이들에게 테크놀러지 부분에서 딱히 특별한 점은 없었다. 다른 IEM 회사들이 그렇듯,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생산하는 회사에게 그들이 원하는 주파수 응답의 드라이버를 주문하고 기존의 부품들과 조합해서 개인화된 이어폰을 소량 제조한다.
그런데... VE 시리즈 여섯 개의 소리를 들어보면서 본인은 비전 이어스가 얼마나 특별한 회사인지 깨닫게 됐다. 테크놀러지가 아니라 이어폰 제작자들의 사운드 튜닝 실력이 엄청난 것이다. 비전 이어스는 누구나 처음 듣는 순간부터 '응? 이 소리 좋은데...?'하면서 빠져들게 하는 '온화한 고해상도 사운드'를 만든다. 이런 실력을 가진 양반들이 프로 오디오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지갑 두둑한 오디오 애호가들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 이어폰 컬렉터들에게는 최대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는 아무래도 가격 조절이 필요하지만(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장비에 들어가는 지출은 자신의 피를 뽑는 것과도 같음), 상대적으로 최고의 소리와 소장 가치를 추구하는 컬렉터를 대상으로 한다면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비전 이어스가 저지른 과감한 시도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엘코닉(Erlkonig)이다.
은 덩어리를 주조해서 만든 쉘 속에 13개의 BA 드라이버를 담고 순은 케이블을 더했다. 말 그대로 '돈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이어폰'의 등장이다. 이어폰 이름이 '마왕'인데 소리는 또 비전 이어스답게 5천년 정도는 계속 들을 수 있을 법한 말랑하고 듣기 좋은 느낌이다. 국내에서 엘코닉을 구입하고 소장 중인 여러분에게 개인적으로 부러움의 어필을 하고 싶다.
어쨌든, 엘코닉은 소량의 한정판이었고 비전 이어스가 또 다시 순은 주조를 할 수는 없을 테니(아마도...) 앞으로 다시 이 마왕을 볼 일은 없다. 하지만 엘코닉에서 개발된 13 BA 사운드는 죽지 않았다. 알뜰하게 반값(...)으로 등장한 포닉스(Phonix)가 있기 때문이다. 은 덩어리 쉘 대신 카본 파이버 쉘을 선택하고 사운드를 더욱 올라운더에 가깝게 만든, 현재 비전 이어스의 플래그쉽 모델이다. 이어폰의 이름 그대로, 마왕이 떠난 후 드라마틱하게 부활한 '불사조'라고 하겠다.
오늘 소개할 제품은 바로 이 포닉스의 222개 한정판 모델이다. 포닉스 한정판이라고 해도 되겠고, 본인은 비전 이어스 웹사이트에서 포닉스 리미티드(Phonix Limited)라고 적어놨기 때문에 그대로 부르기로 한다. 객관적으로 말한다면 포닉스 리미티드는 포닉스의 페이스 플레이트를 새롭게 바꾸고 저음을 약간 조절한 모델이다. 가격은 포닉스가 563만원, 포닉스 리미티드는 668만원이다. 단, 이것은 정가 기준이므로 출시 할인 이벤트를 노리면 금전적 부담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여러분도 잠시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비전 이어스 이어폰의 소리를 직접 들어봤다면 두뇌가 객관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포닉스는 그러한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 중에서 제일 비싼 물건이고, 포닉스 리미티드는 포닉스보다도 업그레이드된 물건이란 말이다. 출시 이벤트로 구입하면 깔끔하게 601만원쯤 되는 이어폰인데 가격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관적으로 말한다면 포닉스 리미티드는 내 일생에서 딱 한 번쯤 터트려볼 만한 끝판왕의 선택이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논리적 이유가 있다.
늘 듣던 음악이 완전히 새롭게 들릴 때 음향 기기에 돈을 쏟아붓는 보람이 생긴다. 이 구조는 헤드파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진짜 비싸고 좋은 이어폰은 오케스트라 연주 뿐만 아니라 단순한 구조의 게임 음악에서도 새로운 감동을 겪게 해준다.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이 모두 그렇고, 그 중에서 포닉스는 괴물 이어폰 엘코닉의 우성 유전자만 골고루 물려받은 '감동의 폭포급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다. 포닉스는 늘 듣기 편안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늘 마음이 흔들리고 만족이 흘러넘치게 만든다.
포닉스 리미티드는 포닉스와 같은 성향의 소리를 내면서도 편안함보다 감동으로 무게 중심을 살짝 기울인 한정판 제품이다. 저음 영역의 느긋하게 풀린 부분을 약간 단단하게 조였는데, 이 변화 하나가 소리 전체의 느낌을 바꾼다. 고인물 리뷰어의 특권으로 포닉스 기본판과 포닉스 한정판을 모두 빌려서 비교 감상해본 경험을 서술해보겠다. 오늘도 책상 위에 총 견적 1,000만원 정도의 이어폰 두 개가 있지만 본인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다. 아무래도 심드렁한 말투가 될 수 있으니 여러분의 깊은 양해를 구하겠다. 그리고 당연히, 둘 다 대여품이다. (-_-)
무려... '볼펜'을 준다...
예전에 포닉스를 리뷰할 때는 패키지와 구성품이 없는 샘플 제품을 사용했다. 그래서 이 참에 포닉스와 포닉스 리미티드의 패키지 박스를 사진으로 남겨본다. 두 제품의 박스 크기와 구조는 동일하며 제품 사진만 다르다. 풍성한 구성품도 동일한데, 지퍼 방식의 가죽 케이스와 열쇠 고리, 스핀핏 이어팁과 아즈라 이어팁, 금속으로 만든 비전 이어스 뱃지와 가죽 카드 지갑에 담긴 보증서가 들어 있다. 둘 다 이어폰으로는 초고가 품목이니 이 정도의 고급스러운 프리젠테이션이 필요할 것이다.
구성품의 차이점이 딱 하나 있기는 하다. 포닉스가 아니라 포닉스 한정판을 지른 오너를 위해서 비전 이어스의 볼펜이 선물로 따라온다. 본인이 딱히 문구류 매니아는 아니지만 수많은 필기구를 구입해온 시선으로 볼 때 상당히 비싼 볼펜임은 알겠다. 무게가 육중하고 완성도가 높은 볼펜이라서 정장 안주머니에서 꺼내어도 폼을 낼 수 있는 수준이다.
비전 이어스 포닉스는 채널당 13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담은 인이어 모니터이며, 쉘은 카본 파이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들고, 페이스 플레이트는 알루미늄 패널 위에 사파이어 글라스를 덮어서 만든다. 그래서 포닉스의 외관은 그냥 보면 검정색 이어폰에 빨강색 장식이 들어간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쉘에 카본 파이버의 나이테 같은 패턴이 있으며 페이스 플레이트는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서 색깔이 바뀐다.
포닉스 리미티드는 보라색의 페이스 플레이트에 극히 촘촘한 에칭의 불사조 패턴을 넣어서 정열적인 포닉스의 디자인과는 다른 인상을 준다. 또한 포닉스 리미티드의 페이스 플레이트 테두리에는 음각의 직선 몇 개가 추가되어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다른 점수가 매겨지겠지만 포닉스 리미티드의 디자인이 고급스럽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둘을 나란히 두고 보면 실제로 카본 파이버의 줄무늬가 다름을 알 수 있다. 한 개의 카본 파이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들 때 각자 다른 패턴이 생기기 때문이다. 둘 다 2핀 커넥터를 사용하며 노즐이 긴 편이라서 이어팁을 귀 속으로 깊이 넣을 수 있다. 그리고 포닉스 리미티드의 페이스 플레이트 테두리에는 총 222개 중 몇 번째 제품인지 알려주는 번호가 적혀 있다.
포닉스, 포닉스 리미티드의 기본 케이블은 금은 합금선과 동선을 조합한 제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검정색 케이블이지만 이어폰의 소리에 상당한 영향을 주므로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하기 전에 고민이 필요하겠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기본 케이블의 커넥터 변경이다. 예전에는 2.5mm였으나 이제는 4.4mm로 바뀌었다. 본인은 두 커넥터의 고유 속성은 둘째치고 내구성과 안전의 측면에서 4.4mm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일단 굵고 튼튼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다.
포닉스와 포닉스 리미티드의 소리 차이는?
여러 인이어 모니터(IEM) 회사들 중에서 비전 이어스는 특히 '소리 주관 평가' 능력이 뛰어난 곳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느낌의 소리를 만들었는지 제작자가 명확히 설명해준다. 포닉스 리미티드의 상세 페이지에서도 가뜩이나 걸작이라고 할 만한 포닉스에서 또 어떤 업그레이드를 해냈는지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다. 영어 문장은 그대로 퍼나르는 것이고, 본인이 의역을 더해서 간단히 요약해본다.
*저음
: 4 BA 우퍼 드라이버. 저음의 울림이 더 단단하게 조정됐는데 펀치는 더욱 강해졌다. 초저음의 깊이가 다이내믹 드라이버 같다.
The PHöNIX Limited Edition is featuring a new powerful bass unit for performing the lows. These four Balanced Armature drivers are empowering the lows to unleash their unstrained energy, while giving improvement to the separation and liveliness. Giving the PHöNIX LIMITED a more controlled performance in the low-end but with a striking and intensive impact. The depth and sub-bass feeling is almost of a dynamic driver, giving the overall sound a stunning, beautifully layered and solid ground.
*중음
: 4 BA 미드 레인지 드라이버. 놀라운 디테일과 풍부함을 지닌 중음. 또한 저음 영역의 변화로 인해 낮은 중음의 선명도가 더욱 향상됐다.
The assembly of four Balanced Armature drivers impressively showcase how vivid and natural this technology can sound when perfectly implemented. Vision Ears is widely known to give great attention to the mid presentation, with the PHöNIX we created a charismatic and staggering mid-range, full of vivid details and an unparalleled naturalness. Due to the new low driver section, the PHöNIX LIMITED comes with an improved performance in the low-mids, giving it more clarity and control.
*낮은 고음
: 4 BA 트위터 드라이버. 놀라운 해상도와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 자연스러운 음색과 높은 선명도를 동시에 달성한다.
The highs of the PHöNIX are powered by four BA drivers, giving the upper range of the frequencies a lustrous and harmonic imaging. The richness of details is breathtakingly uncompromising. The highs are unfolding with a natural timbre, slightly sparkling and at all time not exaggerating.
*초고음
: 1 BA 슈퍼 트위터 드라이버. 음악의 공기 느낌을 생생하게 살리는 역할. 소리의 개방감을 만든다.
The all new Super-Tweeter of the PHöNIX is giving extra airiness to the sound. Unveiling the barely perceptible with ease and refining the highs with a stunning openness.
기본적으로 같은 구성과 설계의 13 BA 이어폰인데 포닉스 리미티드는 우퍼 역할을 하는 4 BA가 변경된 것이다. 위의 문단들에서 포닉스 리미티드가 다른 점은 '저음' 뿐이지만, 두 이어폰을 실시간 비교 청취해보면 소리 성향의 체감이 많이 다르다. 대략 다음의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포닉스 리미티드는 포닉스의 우퍼 드라이버를 개선한 제품이다. 저음이 단단해져서 소리가 더욱 명료해지고 밀도가 높아졌다."
두 제품의 드라이버 감도는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DAP와 헤드폰 앰프에서 같은 볼륨으로 비교 청취할 수 있었다.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은 모두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다. 포닉스와 포닉스 리미티드도 그렇다. 소출력 기기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빵빵하게 구동할 수 있지만 배경의 화이트 노이즈도 크게 들려줄 수 있다. 그래서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은 고출력 헤드폰 앰프보다는 'DAP 직결용'으로 권하고 싶다.
포닉스 시리즈는 노즐 지름이 큰 편이며 파이널 E 이어팁이나 컴플라이 폼팁(노즐 굵은 것)도 호환된다. 기본 포함되는 이어팁을 보면 스핀핏 이어팁은 중.저음이 더 든든한 소리가 되고 아즈라 이어팁은 고음을 더 개방해서 소리를 명료하게 만드는 편이다. 본인의 입맛에는 아즈라 이어팁이 더 좋아서 두 제품의 비교 청취에 기준으로 사용했다.
*더 깨끗하고 단단하게 보강된 소리
한정판이 기본판보다 저음의 펀치가 강하다. 게다가 한정판은 저음의 밀도가 많이 높아졌다. 소리가 전체적으로 더 단단하고 왜곡율이 낮아져서 정밀한 현대적 디지털 오디오가 떠오른다. 기본판은 어느 정도 풀어진 잔향의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전 이어스의 '밝은 고음 + 부드럽고 포근한 저음'을 아주 좋아하는데, EXT의 등장 이후로 저음을 조금 더 깨끗하고 단단하게 보강하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튜닝은 저음의 해상도를 올리고 고.중음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서 이어폰의 음 분리 능력이 향상된다. 포닉스 리미티드가 딱 그런 제품이다. 나중에는 비전 이어스의 인이어 모니터 제품들이 모두 이러한 변화를 겪게 될 수도 있겠다.
SOUND
여기부터는 포닉스와 비교하지 않고 포닉스 리미티드만 감상하면서 느낀 점들을 기록해둔다. 포닉스 기본판의 소리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추가되는 장점이라고 봐도 좋다.
*캬~! 시원하다!
시원하게 뚫린다. 포닉스의 소리 경험을 이 한 마디로 요약해도 좋다. 100~200만원대 커스텀 이어폰과 비교 청취해봐도 언제나 체감하는 점이다. 고음이 쭈욱 뻗어나가면서 숨이 트인다. 저음도 초저음 영역까지 확장되어서 심리적 공간까지 넓혀준다. 이어폰 한 개에 뭘 그리 많은 드라이버를 넣느냐고 생각해도, 이렇게 위아래로 끝도 없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고 나면 그냥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전형 슈퍼 트위터와는 또 다르게, 포닉스는 밸런스드 아머처 슈퍼 트위터로 이런 공기 느낌을 만든다. 정전형의 초고음과 달리 BA의 초고음은 공기의 입자가 조금 더 굵어서 감지하기가 더 쉬우며 맑은 느낌보다는 시원한 느낌을 내기에 좋다.
*고해상도와 자연스러움, 자극 없는 소리
소리가 자연스럽다. 채널당 13개나 되는 드라이버를 어떻게 이리도 잘 혼합해뒀는지 모르겠다. 음 분리가 굉장하고 입체감도 놀라운데 음악 속의 모든 요소가 수평선으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펼쳐진다. 소리 해상도가 엄청나게 높은데 청각 자극이 하나도 없다. 인간의 두뇌를 자극하는 극히 미세한 먼지까지 현미경으로 전부 찾아서 청소해둔 듯하다. 비전 이어스의 '사람'이 지닌 사운드 튜닝 실력에는 언제나 눈을 부릅뜨고 감탄하게 된다.
*드라이버가 많으면 생기는 장점 - 굵고 힘차다!
멀티 드라이버의 강점 중 하나는 드라이버 숫자의 배정으로 각 음 영역의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폰 만드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리를 만들 때, 더 강한 힘을 주고 싶은 영역에 더 많은 드라이버를 배치한다. 또한 각 음 영역에 같은 수의 드라이버를 배치하더라도 드라이버 숫자가 늘어나면 소리 선이 굵어진다.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이버 숫자가 많은 이어폰은 소리가 더 힘차게 될 확률이 높다. 고음 4개, 중음 4개, 저음 4개에 초고음 1개까지 얹은 포닉스 시리즈는 자연스러운 음색과 부드러운 질감을 내면서도 소리가 굵고 힘차다. 포닉스 리미티드는 여기에 저음 펀치와 울림을 보강해서 음악의 감동을 증폭한다.
*마음의 무게를 지닌 저음
분명히 4 BA로 재생하는 저음인데 제품 설명처럼 정말로 다이내믹 드라이버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4 BA 우퍼의 저음 밀도가 다이내믹 드라이버처럼 매우 높아서 고막을 누르는 압력이 다르다. 비전 이어스 이어폰의 대부분은 저음 압력이 기체 같은 인상을 주는데, 포닉스 리미티드의 저음은 거의 고체 수준으로 단단하다. 돌덩이는 아니고 단단한 실리콘 덩어리 정도라고 하면 되겠다. 이러한 저음 밀도의 향상은 초저음이 많은 웅장한 음악에서 특히 큰 임팩트를 준다. 오케스트라의 저음 악기 연주자들이 완전히 다른 '마음의 무게'를 지닌 것 같다. 초저음이 바닥으로 내려가 진동의 레이어를 형성할 때 그 울림이 훨씬 무겁고 진지해서 듣는 사람의 기분이 경건해질 지경이다. 이 느낌 만큼은 포닉스 기본판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정판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를 크게 넘나드는 극단적 경험
완벽한 올라운더(All-rounder) 이어폰이다. 거의 완벽한이 아니라 완벽하다. 또한 모든 음악에서 감동을 주는 '감동의 올라운더'이기도 하다. 저음이 더 단단해진 포닉스 리미티드는 적어도 본인이 듣고 있는 음악의 모든 장르에서 언제나 균일하게 감동을 준다.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극도의 세밀한 변화까지 모두 감지해야 하는 고품질 녹음의 음악부터, 집에서 신시사이저와 샘플러로 만든 게임 배경 음악까지 모두가 감동적이다. 음악 속의 모든 것이 촘촘하게 분리되면서 두뇌 전체를 감싸는데 이 모든 침투 하나 하나가 마음을 움직인다.
이렇게 장르를 크게 넘나드는 감정적 흔들림은 무척 극단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재즈 드러머가 하이햇을 가볍게 치는 듯한 소리를 들으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컨트롤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두근두근 문예부!'의 사운드 트랙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고생이 주인공에게 고백할 때 나오는 음악을 듣고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질 줄은 몰랐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공포물이다) 제품 이름이 불사조이고 가격도 불사조 수준이지만, 포닉스 리미티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온갖 취향을 고스란히 포용해주는 자비로운 이어폰이라고 하겠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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