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6. 19:23ㆍ무선헤드폰
"이것은...! 엘레가아아아아아앙트!!!"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의 헤드폰들은 P5가 등장했던 시절부터 남다르게 엘레강트한 디자인을 선보여왔습니다. 그 후로도 B&W 헤드폰 모델은 P5에서 탄생한 디자인 주제를 각자 조금씩 다르게 응용하면서 이어지는 중입니다.
당시의 B&W 헤드폰들은 저음이 흘러넘칠 정도로 풍부했고 고.중음의 색채도 독특해서 한 번 감상해보면 잊기가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의 마지막 달이 된 현재는 B&W 헤드폰의 최신작 'Px7 S2'를 통해서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음악 감상의 완성'을 체감합니다. 초창기의 개성 강한 소리가 아니라, 이제는 차분한 어른들을 위한 하이파이 사운드가 됐습니다. 블루투스를 쓰는 무선 헤드폰들 중에서도 또 다른 단계의 소리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고, USB 유선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헤드폰으로도 큰 가치가 있습니다.
고급스럽고 패션스러운 디자인
박스를 열면 지퍼 방식의 하드 케이스 한 개만 있습니다. 케이스를 열면... 헤드폰 한 개만 보입니다.
'ㅇㅇ? 다른 구성품은 어디 있지?하면서 살펴보다가 케이스 속에 자석 뚜껑의 수납 공간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여기에 USB-C to C 케이블과 USB-C to 3.5mm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Px7 S2의 화이트 색상에는 흰색 케이블이 있고, 블랙 색상에는 검정 케이블이 있는데, 블루 색상에도 검정 케이블이 포함됩니다. 블루 색상만 깔맞춤이 되지 않네요. (시무룩)
헤드폰의 만듦새가 대단히 고급스럽습니다. 손에 들고 있으면 금속과 가죽의 질감이 무척 좋고... 머리에 썼을 때의 느낌도 아주 편안합니다. 다만, 이렇게 고급진 물건은 관리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이어패드와 헤드밴드의 가죽이 긁히거나 물에 닿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이어컵 가운데의 금속 하우징 부분도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Px7 S2의 오너에게는 자신의 헤드폰에 대한 매너를 지키며 항상 꼼꼼하게 관리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어패드와 헤드밴드 쿠션이 모두 푹~신한 메모리폼인데요. 피부에 닿는 가죽 감촉이 부드러워서 편안하지만 안경 테가 끼어들면 밀착도가 떨어집니다. 두꺼운 테의 안경을 쓴 채로 이 헤드폰을 착용하면 이어패드가 뜨면서 저음이 약해지거나 노이즈 캔슬링 효과가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얇은 테의 안경을 쓰거나 안경 없이 착용하길 권하겠습니다.
*참고 : 이어패드는 스냅 방식이라서 그냥 잡아당기면 분리됩니다. 다시 장착할 때는 여섯 군데에서 딱! 소리가 나도록 꼼꼼하게 끼워줍시다. 한 곳이라도 헐렁하게 되면 이어패드 밀폐가 풀려서 헤드폰 소리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헤드밴드가 상당히 여유롭게 늘어나므로 머리가 큰 사람도 착용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길이를 조금씩 줄이고 착용했는데, 헤드밴드의 모양이 세로 방향으로 길쭉한 타원형이라서 머리에 썼을 때의 모양새가 깔끔하게 나옵니다. 대두 휴먼이 착용해도 요다 스승이 될 확률이 매우 낮으니 릴랙스합시다. 제품 무게는 307g으로 가벼운 편이지만 머리에 올렸을 때의 체감으로는 '중후한 무게'가 될 것입니다.
제품의 컨트롤은 이어컵 테두리에 있는 버튼으로 하게 됩니다. 왼쪽의 버튼 한 개는 ANC 컨트롤이고, 오른쪽 이어컵에는 전원과 블루투스 페어링을 담당하는 버튼과 음악 재생 관련의 버튼 세 개가 있습니다. 저는 이 버튼들이 참 마음에 드는데요. 가운데의 재생 정지 버튼을 크게 만들었고 오돌토돌한 요철이 있어서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 찾기가 쉽습니다.
Px7 S2의 디자인은 한 마디로 '럭셔리'입니다. 패션 디자인의 기준에서 뱅앤올룹슨 무선 헤드폰들과 정면 대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P5에서 물려받은 이어컵 디자인과 헤드밴드 힌지 형태가 눈에 띄고, 이어컵 테두리에 반짝이는 링 장식을 넣어서 화려한 인상을 줍니다. 이 제품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구입하는 헤드폰인 동시에 여친 남친 마눌 남편 모두에게 선물하기에도 좋겠습니다.
Cancel the ANC, for sound quality
여러 고급형 무선 헤드폰들이 그러하듯, 바워스앤윌킨스도 헤드폰의 음성 안내 사운드를 디자인해두었습니다. 전원을 켜고 끄거나 ANC를 전환하고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는 등의 모든 과정이 선명한 음성과 띠로롱 알림음으로 재생됩니다. 이러한 소리들도 제품 사용 경험을 고급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므로 계속 챙겨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Px7 S2의 블루투스 버전은 5.2이며 멀티 포인트를 지원합니다. 멀티 포인트는 동시에 두 대의 기기에서 블루투스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며, 현재 음악 재생 중인 기기의 소리만 나오는 방식이므로 다른 기기로 전환하려면 음악부터 정지해야 합니다. 이게 평소에는 별로 쓸 일이 없지만 태블릿이나 랩탑을 함께 쓰는 경우에는 편리한 기능입니다. 예를 들면 태블릿으로 OTT 시리즈 감상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Px7 S2의 배터리 사용은 ANC를 켠 상태에서도 30시간으로 여유로운 수준입니다.
이 제품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무선 헤드폰입니다. 그래서 더욱 놀랍습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경이로울 정도로 약합니다. (-_-); ANC 레벨 조절도 할 수 없으니까 이게 최대라는 뜻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정도가 알맞은 노캔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주변이 덜 어수선해지는 정도로 그칩니다. 조용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시내버스에서 라디오를 틀고 있다면 라디오 속 사람 목소리를 대부분 들을 수 있습니다. 차도의 옆으로 걷노라면 자동차들 소리를 배경 삼아서 음악을 듣게 됩니다.
조금 당혹스러워서 바워스앤윌킨스의 제품 상세 페이지를 읽어봅니다. 그 중에는 이런 카피가 있는데요.
Cancel the noise, not your music
...제가 생각할 때 이 문장의 실제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Cancel the ANC, for sound quality
음악을 건드리지 않고 소음만 제거한다는 것은, 음질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이즈 캔슬링 강도를 일부러 낮췄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렇다는 쪽에 삼천원만 걸겠습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강력하다는 것은 드라이버에서 노이즈 상쇄용 음파가 더 많이 재생된다는 뜻일 터입니다. 이는 심리적으로 공간감을 줄이고 소리의 선명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Px7 S2의 '베일에 가려지지 않은 깨끗한 소리'는 어쩌면 약한 ANC가 바탕일지도 모릅니다. 전부 제 짐작일 뿐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어요.
Px7 S2는 이어컵의 구조도 공기가 잘 통하도록 되어 있어서 ANC를 껐을 때의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도 약한 편입니다. (예: 전원을 끄고 그냥 착용했을 때 주변 소음이 많이 들어옴) ANC 음파가 고막을 누르는 압력이 없어서 머리가 쾌적하고, 이후 서술하겠지만 소리도 무척 깨끗하게 들리니 일장일단이라고 하겠습니다.
음성 통화도 실내 실외에서 직접 확인해봤는데 아주 좋습니다. 상대방이 제 목소리를 잘 듣습니다. 사실, 제가 사용해본 대부분의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들은 음성 통화 문제가 없었습니다. 구조 상 다수의 마이크를 유저의 얼굴로 잘 배치할 수 있으니, 마이크가 유저의 입에서 한없이 멀어지는 무선 이어폰들처럼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Px7 S2도 스마트폰의 마이크와 전환하면서 대화를 해보니 상대방이 거의 차이가 없게 들린다고 합니다.
B&W 헤드폰들의 전용 앱 'Music | Bowers & Wilkins'는 톤 조절로 고음과 저음을 + - 6dB까지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Px7 S2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레벨이 고정되어 있으며 그 외 세팅해둘 항목도 딱히 없으니 앱을 꼭 설치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또한 앱을 쓰려면 이메일 인증을 통한 회원 가입을 반드시 해야 하므로 은근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기능 때문에 결국 앱을 쓰게 됩니다. 이 헤드폰의 착용 감지 센서는 반응 속도가 유저의 예상과 어긋날 확률이 높습니다. 전용 앱을 통해서 센서 감도를 고.중.저 수준으로 맞추거나 착용 감지를 아예 끌 수도 있는데 저는 그냥 꺼두기를 권하겠습니다.
앱을 통한 톤 조절은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지만 사용하겠다면 제법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본 사운드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고음과 저음을 늘리거나 줄여줍니다. 또한 저음을 그대로 두고 고음을 많이 올리면 체감 해상도가 더 높아집니다. 블루투스 헤드폰에서 쨍하게 빛나는 고음을 듣고 싶다면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원래 저음이 든든하지만 더욱 강한 펀치를 원한다면 저음을 더 올려도 좋겠습니다.
PC와 함께 쓰면 하이파이 디지털 헤드폰
이 제품은 두 가지 방법으로 유선 사용을 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 전원을 끄고 쓰는 패시브 모드는 없으며, 헤드폰 전원을 켜고 쓰는 액티브 모드라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약한 ANC라도 없으면 아쉬움) USB-C to C 케이블로 연결했을 때는 이어컵의 버튼들도 동작합니다. USB-C to 3.5mm 케이블에서는 버튼이 동작하지 않으니 재생기에서 음량 조절을 해주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유선 연결이 된 상태에서도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페어링은 유지되어 있으며 오디오 소스는 유선 연결된 기기에서 전송됩니다. 이렇게 쓰다가 케이블을 분리하면 바로 블루투스 모드로 전환됩니다.
유선 모드는 블루투스 모드보다 소리가 더 작게 나오는 편입니다. 3.5mm 유선에서는 스마트폰 볼륨을 60% 정도까지 올려주면 되고, USB-C 유선에서는 볼륨을 거의 최대까지 올려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USB Audio Player Pro에서는 USB가 끊어졌다가 다시 연결되는 현상이 반복되어서 기본 음악 앱으로 감상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스마트폰의 작은 배터리 때문에 전력이 부족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USB-C 유선 모드는 PC에서 주로 사용해야겠네요. (-_-)a
USB-C to C 케이블로 PC에 연결하면 48kHz / 24bit의 USB 음향 기기로 인식되며 윈도우 10의 시스템 볼륨 기준으로 20~30 정도면 든든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헤드폰 배터리도 충전되니 참조해둡시다. 그러므로 스마트폰이나 DAP에서 유선 연결이 필요하다면 3.5mm 케이블을 사용하고, USB 오디오로 감상하고 싶다면 PC에서 듣기를 권합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태블릿과 USB-C 연결을 해두었으나 실제로는 노트북 PC와 함께 쓰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Px7 S2는 블루투스 모드와 USB 유선 모드의 음질 차이가 그나마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당연히 USB 유선 모드의 음질이 더 좋게 들립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음질의 격차'가 되겠습니다. Px7 S2를 PC에서 감상하면... 이 헤드폰에 내장된 DAC와 앰프의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일단 이 리뷰의 소리 감상문은 블루투스 모드를 기준으로 작성하겠으나, PC에서 USB 유선 모드로 감상하면 해상도, 밀도, 출력 등의 모든 면에서 음질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3.5mm 케이블은 외출에서도 쓸 수 있도록 가볍고 유연한 것을 넣어줬지만, USB-C 케이블은 기기 충전할 때나 쓰는 두껍고 단단한 것이라서 음악 감상 중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DAC 기기 연결할 때 쓰는 오디오용 USB 케이블을 1.2미터 정도로 장만해도 좋겠습니다. 별도의 USB 케이블에 비용 투자를 해도 될 만큼 USB 유선 모드의 소리가 좋아서 그렇습니다. 혹시 USB로 재생할 때 발열이 있을까해서 확인해봤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이어컵의 금속 하우징 부분이 서늘합니다. (방 안 기온이 20도 정도이며 헤드폰 배터리 충전이 진행된다면 열이 날 수도 있음)
휴대용 헤드폰 앰프나 USB 동글 앰프에 USB-C to 3.5mm 케이블로 연결하면 USB 유선 모드 못지 않게 고품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드 모조 2에 Px7 S2를 3.5mm 연결하면 무선 연결보다 중.저음이 훨씬 굵은 소리를 접하게 됩니다. USB 유선 모드보다는 해상도 향상의 폭이 살짝 적지만 소리의 밀도와 힘은 앰프빨(-_-)을 크게 받는군요.
바워스앤윌킨스는 Px7 S2를 통해서 '놀라운 소리의 유선 디지털 헤드폰'과 '훌륭한 소리의 무선 헤드폰'을 한 세트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저도 이 헤드폰의 국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USB 유선 모드를 써보고 나서 '사실상 무선 유선 헤드폰 두 개니까 오케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SOUND
LG V20와 아이폰 14 프로를 Px7 S2의 멀티 포인트 기능으로 페어링해두고 번갈아서 사용해봅니다. V20에서 블루투스 연결 방식을 '음질 우선'으로 설정하니 aptX HD 코덱으로 인식됩니다. 역시... 아이폰으로 들을 때보다 소리가 훨씬 좋습니다. 밀도가 높아져서 매끄러운 질감을 누릴 수 있는데요.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아이폰과 갤럭시폰을 쓸 터이니 AAC 코덱의 아이폰 14 프로를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없으면 아쉬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도 계속 켜두고 듣습니다.
*친숙한 B&W 음색인데 균형이 훨씬 좋아졌다
예전에 하이파이 오디오의 감상문을 연재하면서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를 자주 감상했습니다. 또한 10년 넘게 다녔던 단골 카페의 스피커도 바워스앤윌킨스 제품이었습니다. (B&W 684 한 쌍을 내부 공간에 제대로 설치해둔 풍경...) 과거에는 이 회사의 라우드 스피커와 헤드폰의 소리가 많이 달랐으나, 이제는 헤드폰의 사운드도 만만치 않게 발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B&W 특유의 잔향이 살짝 맴도는 달콤한 고음과 부드럽고 편안한 중.저음이 감지됩니다. 10kHz 이상의 고음 부분에서 약간 밝은 색채가 있으며 선이 유난히 가늘어서 고막에 자극을 주지 않습니다. 또한 높은 중음(낮은 고음)도 질감이 매우 곱게 다듬어져서 섬세하고 달콤한 고음과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중음과 낮은 중음 영역도 말랑한 탄력과 함께 손을 대면 미끄러질 듯한 감촉을 냅니다. 피아니스트 중에는 힘을 덜 주면서 현란하고 부드럽게 건반을 누르는 사람이 있는데 이 헤드폰이 딱 그런 성격을 보입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해보면 고음, 중음, 저음이 각자 완만하게 강조되어서 낮게 물결치는 모양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피크(Peak, 뾰족)와 딥(Dip, 움푹)을 최소화해서 소리가 자연스러운 인상입니다. 고.중음과 낮은 중음까지 균형이 잘 맞춰져 있으며 높은 저음의 일부와 초저음 영역은 크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평탄한 소리는 아니지만 뚜렷한 개성을 피하며 여러 음악 장르에 골고루 맞춰진 '저음형 올라운더 헤드폰'이 되겠습니다. 저음 비트가 많은 댄스 뮤직에서는 묵직한 펀치를 내며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큰 규모와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적당한 타격과 든든한 배경을 형성하는 저음 튜닝이며, 고.중음 영역을 가리지 않아서 소리 해상도 향상에 큰 도움을 줍니다.
*높은 해상도와 낮은 왜곡율 - 블루투스 맞나?
블루투스 연결에서도 소리 해상도가 높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무선 헤드폰들과 비교 청취해봐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입니다. 이렇게 성능 좋은 무선 헤드폰이 나오면 '과연 유선 헤드폰과 겨룰 수 있는가?'부터 묻게 되는데... 이 물건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습니다. 그리고 USB 케이블로 PC와 연결해서 듣는다면 사실상 고급형 유선 헤드폰들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헤드폰은 외장 DAC나 별도의 헤드폰 앰프도 없이 자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소리를 재생합니다.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에서 이만큼 왜곡율이 낮은 소리는 드물 것입니다. Px7 S2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가 0.1% 미만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급형 유선 헤드폰 수준입니다. 특히 고음에서 빠른 응답과 정밀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리는 완전히 다르지만 왜곡율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애플 에어팟 맥스와 동급이라고 하겠습니다. 분명히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인데 샤프하고 깨끗합니다.
*내부 디지털 파트까지 잘 튜닝된 소리
머리 속에서 사운드 이미지가 명료하게 그려집니다. 고음을 억지로 올려서 해상도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드라이버의 소리가 원래 깨끗한데 헤드폰에 내장된 DAC 파트의 성능도 좋은 것입니다. 혹시 이 깨끗한 소리를 위해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레벨을 낮춘 것이라면 저는 100% 합의할 수 있습니다. 개방형 헤드폰처럼 물리적 공간이 확장되지는 않으나 머리 둘레까지 수평선 모양으로 넓게 펼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음반 속에 공간 울림이 포함되어 있거나 악기 숫자가 많아서 원래 넓은 공간에서 녹음된 곡을 들으면 더욱 좋습니다.
USB 유선 모드에서 느꼈듯이 Px7 S2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품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디지털 오디오 파츠가 잘 튜닝되어 있습니다. 오디오 회사가 소스 부분부터 스피커 하드웨어까지 모두 제작하는 디지털 스피커가 떠오릅니다. 바워스앤윌킨스의 개발팀은 그들이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헤드폰 속 DAC와 앰프 쪽을 면밀히 설계했을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생활에서 함께 할 고급형 무선 헤드폰을 찾아다녔고 구입과 중고 판매를 반복해왔는데요. 이 제품의 소리 품질은 '무선 휴대 음향의 새로운 단계'라고 할 만큼 향상의 폭이 큽니다.
*청각을 다독이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 긴장감 없음
제가 일으킨 중고 판매 폭풍에서 생존한 무선 헤드폰은 보스 QC45, 야마하 YH-E700A가 있습니다. 이 헤드폰들과 비교 청취해보면 Px7 S2는 사람의 귀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들리는 소리를 냅니다. 세 헤드폰 모두 기본 사운드 설정일 때, QC45는 Px7 S2보다 고음의 선이 굵고 음색이 밝으며 YH-E700A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건조하고 초저음이 굉장히 강해서 들을 때마다 긴장하게 됩니다. 다른 헤드폰에서 Px7 S2로 넘어오면 고음이 깨끗하면서도 듣기에 편안하고, 중.저음은 울림이 흩어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탄력이 있어서 아늑한 기분이 됩니다. 높은 해상도의 소리를 들려주되 청취자에게 약간의 불편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 글에서는 '부드러움'과 '편안함'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소리에서 일부러 단점을 찾아내겠다면 딱 하나만 나올 것이며 그것도 취향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Px7 S2의 소리는 곱디 고운 비단 같은데, 비단을 뭉쳐서 손에 휘감고 제이슨 본의 격투 액션을 펼치기는 어렵습니다. 이 헤드폰의 소리는 사람의 청각을 다독이면서 즐겁게,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므로 아찔한 스릴이나 긴장감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소리의 디테일 묘사가 놀랍고 저음이 웅장해서 게임과 영화 사운드에도 좋지만, 짧고 굵은 감상보다는 피로도를 줄여야 하는 장기간 감상에 적합한 부류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외출에서 편하게 감상하고, 집에서는 게임을 아주 오래 하거나 OTT 영화 시리즈를 쌓아놓고 볼 때 쓰면 딱 좋겠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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