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감용 ANC 무선 헤드폰, 야마하 YH-E700B와 E700A를 비교해봅시다

2023. 6. 27. 16:49무선헤드폰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저번 주에 올린 야마하 YH-E700B의 리뷰는 제품을 1.5개월 동안 대여해서 사용하고 작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1.5년 전에 리뷰로 제공 받은 YH-E700A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유한 이어폰 헤드폰이 많아서 모든 제품을 매일 사용하지는 않지만, E700A는 '댄스 뮤직을 들으며 실내 운동!' 상황에서 무조건 챙기는 품목입니다. 그러니 E700B의 리뷰를 진행하면서 E700A와 자꾸만 비교를 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E700B의 리뷰 원고가 너무 길어지는 탓에 따로 보관해두었던 'E700A, E700B 비교 리뷰'를 이제 공개합니다. (-_-)/


며칠 전에 반납해서 그리우니까 YH-E700B 사진부터 몇 장 올립니다.

*참고 : 이 글은 '롱텀 리뷰'입니다. 정식 리뷰를 완료한 후에도 한 달 이상 대여할 수 있다면 더 오랫동안 써본 느낌을 개인적으로 기록해두는 것인데요. 롱텀 리뷰에 대한 후원은 없으나 대여 제품이므로 끝부분에 후원 표기를 넣고 있습니다.


*야마하 YH-E700A 정식 리뷰 링크
https://blog.naver.com/luric/222576487280


*야마하 YH-E700B 정식 리뷰 링크
https://blog.naver.com/luric/223136567243



디자인의 차이점은?

"E700A는 머리 작은 사람들이 착용하는 풀 사이즈 무선 헤드폰이다. E700B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할 수 있지만 머리 작은 사람이 써야 보기에 좋다."


두 제품의 디자인은 야마하 로고만 빼면 같은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릅니다. 또한 헤드폰 디자인의 컨셉도 기본부터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YH-E700B는 요즘 인기 좋은 프리미엄 무선 헤드폰들의 형태를 따르고 있으며, YH-E700A는 독보적으로 다른 컨셉을 보여줍니다.


야마하 YH-E700A입니다.
야마하 YH-E700B입니다.

E700A는 실내에서 사용하는 대형 헤드폰(풀 사이즈)을 이동 중에 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그래서 이어컵이 다른 무선 헤드폰들보다 더욱 크며, 휴대 편의를 위해서 폴딩 디자인과 더 얇은 헤드밴드를 지니게 됐습니다.


둘 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지닌 무선 헤드폰인데... E700A는 풀 사이즈 밀폐형 헤드폰을 밖에서 쓰는 듯한 기분을 주고, E700B는 더 세련된 이어컵 디자인으로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이어패드와 헤드밴드 표면이 모두 인조 가죽 소재이며 푹신한 메모리폼으로 편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E700A는 결코 자비로운 헤드폰이 아닙니다. (-_-) 헤드밴드가 컴팩트한 건 좋은데 길이가 짧기 때문입니다. 헤드밴드를 머리 앞쪽으로 더 당겨서 착용하면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지만, 머리가 커서 어지간히 큰 헤드폰이 아니면 안 되는 남성에게는 힘든 현실(...)이 올 수 있습니다. 헤드폰을 착용할 때 헤드밴드를 몇 칸씩 줄여서 쓰는 분들에게 적합한 제품입니다.


E700B의 헤드밴드는 다른 무선 헤드폰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넉넉하게 늘어납니다. 헤드밴드가 굵어서 부피감은 있으나 그만큼 쿠션이 풍부해서 편하고요. 그러나 헤드밴드를 늘려서 착용하면 수평에 가깝게 되는 비주얼이라서 적응이 필요하겠습니다. 즉, 머리 작은 사람이 쓰면 스타일 아이템이 되는데... 머리 큰 사람이 쓰면 '동네의 헤드폰 가이(Headphone guy)'가 되는 겁니다.


이러한 외형의 차이를 제외하면 두 제품의 사용 경험은 비슷합니다. 둘 다 음질을 추구하기 위해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약한 편이고, 버튼 사용법도 비슷하며, 간단히 접어서 케이스에 담을 수 있습니다. 굳이 사용 감각을 따진다면 E700B의 버튼이 더 커서 누르기가 쉽습니다. E700A는 전원 버튼과 재생 버튼이 따로 있지만 E700B는 한 개의 다기능 버튼이라서 더 편리합니다.



소리는 어떻게 달라요?

"둘 다 고.중.저음 균형이 매우 좋은 헤드폰인데, E700A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그대로의 소리를 내고, E700B는 BA 드라이버 같은 소리를 낸다. E700A는 강력한 초저음 중심이고 E700B는 시원한 고음 중심이다."


두 헤드폰의 소리는 둘 다 레퍼런스(기준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는 많이 다르지만 둘 다 고.중.저음의 균형을 지키며 자신의 음색을 강하게 나타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둘을 직접 비교하면 둘 다 평범한 헤드폰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YH-E700A는 초저음이 굉장히 강력하며 YH-E700B는 고음이 폭넓게 선명하고 시원하게 들립니다. 이렇게 제가 듣는 느낌을 주파수 응답 그래프처럼 그리면 아래의 도안이 나옵니다. 이는 실제 측정치가 아니며 오로지 상상도에 불과하지만 두 제품의 소리 특징을 눈으로 구분하기는 더 쉬울 것입니다.


*저음형 E700A, 고음형 E700B, 스튜디오에 가까운 쪽은 E700B


두 제품 모두 원음 재생 성향인데 아주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E700A는 저음형, E700B는 고음형이 되겠습니다. 단, 저음형과 고음형으로 분류해도 다른 무선 헤드폰들과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E700A의 초저음 파워는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0-); 다른 음을 가리지 않으면서 최대한 크게 터지는 초저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 속에 고급형 서브 우퍼를 추가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E700B의 강조된 고음은 밝고 가녀린 성향이 아닙니다. 고음이 높은 중음과 함께 강조되어 있어서 소리 선이 대단히 굵게 들립니다. 마치 뱅앤올룹슨 A8(구형 유선 이어폰)처럼... 잘 조절된 중.저음 바탕에서 힘차고 시원한 고음을 들려줍니다.


제가 듣기에 두 헤드폰은 모두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사운드 튜닝이 되어 있지만, 둘 중에서 스튜디오 모니터에 더 가까운 쪽을 고른다면 E700B가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튜디오 헤드폰들은 균형을 지키되 소리가 명확하게 관찰되도록 고음, 중음, 저음을 각각 강조하며 묵직한 저음 강조는 지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니 MDR-7506 같은 스튜디오 헤드폰과 비교한다면, E700B의 소리는 훨씬 듣기 편안하고 귀가 즐거워지도록 자연스럽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고음의 재생 비중이 다르다


두 제품의 제품 사양표를 살펴봅시다. 주파수 대역폭에서 고음을 보니 E700A는 40kHz까지이며 E700B는 20kHz까지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선 재생을 기준으로 하면 E700A는 일본 Hi-Res 인증이 있고 E700B는 없습니다. Hi-Res 인증은 분명히 '있으면 좋은 것'이지만 제품 선택을 결정할 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봅니다. E700A, E700B 모두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이므로 케이블 연결해서 들을 일이 많지 않다는 점도 참조해둡시다. 그보다는 두 헤드폰의 고음 속성을 생각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비교 청취를 해보면 E700A와 E700B는 고음의 '재생 비중'이 크게 다릅니다.


체감상 E700A의 고음은 10kHz 이상의 초고음 비중이 더 높으며 E700B는 10kHz 아래 또는 근처의 고음 비중이 더욱 높게 들립니다. 초고음 영역은 소리의 공기 느낌을 살려주며 공간 확장에도 기여합니다. 고음 영역은 소리의 해상도를 높여서 선명한 느낌을 만들 수 있고 전체 음색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E700A의 고음이 깨끗하면서도 정밀한 느낌을 주며 E700B의 고음이 탄산수처럼 시원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둘 다 고음이 밝지 않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음색 변경을 싫어하는... 야마하의 '악기 원음 본능'이 적용됐을 터입니다.


*둘 다 DD 헤드폰인데 E700B는 BA 느낌


두 헤드폰의 소리 차이는 주파수 응답 뿐만 아니라 소리의 밀도에서도 크게 벌어집니다. E700A는 소리 밀도가 매우 높게 되어 있고 E700B는 잔향이 풍성해질 정도로 밀도가 낮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소리의 질감 차이를 만들어서 헤드폰의 인상을 많이 바꿔놓습니다. 이어폰 유저 여러분에게 딱 체감될 수 있는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YH-E700A의 소리는 전형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DD)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상도가 높고 응답이 빠른 것은 E700B와 동일한데 소리의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고체 수준에 이릅니다. 소리 선이 굵을 뿐만 아니라 저음과 초저음의 압력이 강해서 물리적인 머리 진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몹시 정밀하며 원본에 최대한 가까운 소리를 내는데 저음이 별도의 영역을 만듭니다.


YH-E700B의 소리는 밸런스드 아머처(BA) 드라이버를 떠올리게 합니다. 해상도가 높고 응답이 빨라서 깔끔 건조한데 밀도가 유난히 낮아서 기체 느낌이 듭니다. BA 드라이버들 중에서도 소리 선이 굉장히 굵은 BA의 소리입니다. 고.중.저음의 균형이 좋아서 모든 음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으며, 저음 울림의 방해를 받지 않는 고.중음이 아주 시원하게 개방되어 들립니다.


*남성 보컬 E700A / 여성 보컬 E700B


둘 다 중음이 좋은 헤드폰입니다. 중음의 선을 굵게 보강하며 귀에 가깝게 들리는 성향입니다. 보컬과 현악기 음을 중시하는 무선 헤드폰으로서 둘 다 피아노 소리를 영롱하게 들려줍니다. (피아노 만드는 야마하의 헤드폰이므로 당연한 결과인 듯?) 단, E700A는 저음 비중이 높아서 중음의 낮은 부분이 보강되고요. E700B는 중음 전체의 비중이 높은데 저음이 상대적으로 평탄해서 보컬 현악기 음이 훨씬 크고 가깝게 드러납니다.


굳이 분류한다면 E700A는 낮은 음이 많은 목소리를 더 포근하게 만들고, E700B는 고음이 좋은 가수에게 더 명료하고 크게 울리는 목소리를 제공합니다. 남성 가수 중에서도 고음 좋은 사람이 있고(제이미 컬럼!), 여성 가수 중에서도 저음 좋은 사람이 있지만(다이애나 크롤!), 쉽게 생각한다면 '남성 보컬 E700A / 여성 보컬 E700B'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자발적으로 작성됐으며, 야마하 YH-E700A는 제공품이고 YH-E700B는 대여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