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B 알파 iQ, 무선 스피커 속에 BluOS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담았다

2023. 6. 23. 15:10스피커

"PSB 스피커의 소리가 BluOS와 다양한 입력을 만나면서 아주 편안한 소리의 통합형 오디오 시스템이 됐다. 알파 iQ는 간편한 무선 스피커인 동시에 스스로 음악을 재생하는 디지털 플레이어이며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와 일체화된 네트워크 스트리머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이 글의 제목을 보면서 'BluOS'라는 단어가 딱 꽂히는 분이 있다면 저와 악수 한 번 하셔야겠습니다. 저는 2019년 5월에 구입한 '블루사운드 노드 2i (Bluesound Node 2i)'를 지금도 핵심적 네트워크 스트리머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주로 이어폰 헤드폰을 쓰고 있으니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를 조합해서 아주 좋은 소스 기기로 두고 있습니다. 간편하게 음악을 탐색하고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의 직접 재생도 가능한 노드 2i... 이 네트워크 스트리머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BluOS입니다.


그런데 이게 스피커에 내장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_-);


알고 보니 BluOS는 네트워크 오디오 제품들에게 쉽게 탑재되도록 개방되어 있으며, 많은 회사들이 그 편의성과 기능에 만족하여 적극 채용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BluOS를 보유한 블루사운드는 캐나다 오디오 브랜드 NAD, PSB의 자회사이기도 합니다. NAD와 PSB에서 BluOS를 채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오늘 소개할 PSB의 첫 올인원 네트워크 스트리머 스피커 - 알파 iQ (Alpha iQ)도 그러한 제품 중 하나입니다.


저는 예전에 KEF LSX II를 사용해보면서 '미래의 오디오가 이런 것이구나!'하며 여러 번 감탄했습니다. 무선 스피커 한 쌍만 갖추고 나니 데스크탑에서 모든 종류의 음악을 다 재생할 수 있더군요! 게다가 소리는 또 어찌나 선명하고 재미있는지, 음악도 좋지만 영화 감상을 하면서 또 감탄을 연발했더랬습니다. 덤으로 USB DAC 기능을 통해서 PC 스피커로 사용하는 것도 무척 편리했습니다. PSB 알파 iQ는 LSX II와 비슷한 컨셉과 기능을 지닌 무선 스피커로, USB DAC 기능이 없는 대신 BluOS를 지원하여 또 다른 장점을 지니게 됐습니다. 또한 USB 메모리에 음악 파일을 담아서 스피커에 끼워주면 자체적으로 재생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 : PC에서는 Aux 3.5mm 입력을 사용해도 됩니다.)


PSB 알파 iQ는 네트워크 스트리머, 재생기, 앰프, 스피커가 모두 통합되어 있으니 북쉘프 스피커 한 쌍 만으로 생활 속의 하이파이 오디오를 실로 간단하게 구축하는 셈입니다. 아날로그 입력을 통한 외부 오디오 기기의 연결도 좋고, HDMI eARC 지원으로 TV의 사운드를 크게 보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회사들의 BluOS 지원 제품들과 함께 쓸 수도 있으니... 미래의 오디오는 이미 우리의 곁에 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고전적 스피커 디자인에 담긴 고출력 앰프

이 제품의 국내 가격은 정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KEF LSX II와 똑같은 216만원입니다. (*현재는 7월초까지 26% 할인 중) 제가 직접 구입한다면 둘을 두고 꽤 오랫동안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두 제품의 기능과 사용 목적이 비슷하며 둘 다 미래의 오디오 시스템으로서 자격 조건을 전부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제품 디자인은 많이 다릅니다. KEF LSX II는 화려한 컬러와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PSB 알파 iQ는 아주 고전적인 하이파이 오디오의 북쉘프 스피커를 보여줍니다. 트위터와 우퍼의 위치가 뒤바뀐 것만 빼면 알파 iQ는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인테리어에 차분히 혼합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색상도 블랙과 화이트만 있으니 쉽게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알파 iQ는 크기로 볼 때 미니 북쉘프 스피커라서 포장 박스가 작은 편입니다. 그러나 손으로 들고 이동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우니 혹시 매장에서 바로 구입하겠다면 차를 몰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박스를 열면 두꺼운 스티로폼 완충재가 보이며, 안쪽에는 스피커 본체 한 쌍과 다수의 케이블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 규격과 유럽 규격의 플러그가 달린 전원 케이블이 한 쌍씩 총 네 개가 들어 있고, 아날로그 입력에 사용하는 3.5mm 스테레오 케이블과 유선 네트워크를 위한 랜 케이블이 포함됩니다. 즉, HDMI, 옵티컬 케이블 등은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스피커 본체의 크기는 가로 145, 세로 246, 깊이 192mm이며 좌우 스피커를 합친 무게는 7.36kg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작은 크기이며 좌우 스피커 사이의 케이블이 없으므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단, 무선 스피커라서 좌우 각각 하나씩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므로 아웃렛이나 멀티탭의 자리를 미리 확보해둡시다. 알파 iQ의 인클로저는 MDF 소재이며 배플(Baffle)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습니다. 스피커 후면의 패널 부분도 통 알루미늄인데 테두리가 샤프하게 가공되어 있으므로 손으로 다룰 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스피커는 발 받침이나 스파이크를 요구하지 않으며 아무 곳에나 그냥 올려두고 들을 수 있습니다. 사용 환경마다 다를 수도 있고 항상 그런 것도 아니지만, 우퍼가 위쪽으로 배치된 설계의 장점 중 하나로 보입니다. 그래서 알파 iQ의 바닥 부분은 깨끗한 평면입니다. 혹시 스피커 바닥에 흠집 나는 게 신경 쓰인다면 패브릭이나 실리콘 소재의 발 받침을 따로 준비해서 붙여줍시다. 저는 대형 마트의 생활 소품 코너에서 가구 발 받침에 쓰는 패브릭 패드를 사서 붙여주었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이는 게 우퍼와 트위터의 위치 교환인데... 그래도 일단 이 드라이버들의 사양부터 살펴봅시다. 클래스 D 앰프로, 중.저음을 담당하는 우퍼의 출력은 60W이고 고음 담당의 트위터는 30W 출력이라고 합니다. 좌우 채널을 합치면 180W나 되는 출력이라서 작은 방은 물론 넓은 거실에서도 빵빵하게 틀 수 있겠습니다. 4인치 직경의 우퍼는 진동판이 폴리프로필렌 소재이며 강철 바스켓과 고무 테두리로 감싸둔 모습입니다. 3/4인치 직경의 트위터는 돔 부분이 알루미늄 소재이며 페로플루이드(Ferrofluid) 네오디뮴 마그넷이 적용됐습니다.


좌우 채널의 케이블이 없는 무선 스피커들은 대개 메인 스피커와 서브 스피커로 각자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앰프는 좌우 채널이 각각 균등하게 탑재해야 하지만, 음악을 자체적으로 재생하거나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동되는 메인 스피커가 존재하기 마련인데요. PSB 알파 iQ의 메인 스피커(Primary)는 기본적으로 오른쪽 채널이 되겠습니다. 이 물건의 후면 포트를 살펴보면서 각종 기능을 확인해보죠.


메인 스피커 후면의 왼쪽 상단에는 턴테이블 연결할 때 사용하는 그라운드 커넥터와 MM 포노 전용의 RCA 커넥터 한 쌍이 있습니다. 그 아래쪽에는 알파 iQ의 저음 보강이 필요할 때 연결하는 외부 서브 우퍼의 커넥터가 있군요. 혹시 알파 iQ로 영화를 주로 감상하게 된다면 서브 우퍼를 추가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 아래로는 옵티컬 입력, 3.5mm Aux 입력, HDMI eARC, 유선 랜 이더넷 포트, USB-A 포트가 있습니다. 옵티컬과 Aux는 CD 플레이어, PC 등의 다양한 기기와 연결할 수 있으며 HDMI eARC는 주로 TV 연결에 쓰일 것입니다. 그리고 알파 iQ는 Wi-Fi를 지원하지만 더욱 안정적인 뮤직 스트리밍을 원한다면 이더넷 포트에 랜 케이블을 끼워도 됩니다. 이더넷 포트 밑의 USB-A 포트는 외장 드라이브를 연결하는 곳입니다. USB 메모리나 외장 HDD를 연결하면 이후 BluOS 컨트롤러 앱에서 간편하게 브라우징하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파일 포맷은 FAT32, NTFS, Linux ext4 지원) 혹시 이런 입력들이 전부 귀찮다면? 블루투스 페어링으로 바로 재생해도 됩니다. aptX HD 코덱을 지원하니 이것도 꽤 유용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스피커가 스스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으니, 메인 스피커의 상단에는 터치 버튼이 세 개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손대지 않고 스피커의 터치 버튼으로 음악 재생과 일시 정지, 볼륨 조정 등이 가능합니다. 혹시 문제가 생겼다면 터치 버튼으로 팩토리 리셋도 할 수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사실... 리셋할 일은 좀처럼 없으며 저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나 일단은 방법을 기록해둡니다.


*PSB 알파 iQ 메인 스피커의 팩토리 리셋 방법
: 메인 스피커의 전원 케이블과 랜 케이블을 분리해서 꺼둔 후 30초를 기다렸다가 전원 케이블을 다시 연결해서 켭니다. 스피커 앞쪽의 LED가 빨강색이 됐을 때 가운데의 터치 버튼(재생)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됩니다. 그대로 30초 동안 누르고 있으면 LED가 빨강색으로 점멸하는데, 이 때 손을 뗍니다. 그 후 LED가 녹색으로 바뀌면 팩토리 리셋이 완료된 것입니다.


서브 스피커(Secondary)는 후면 포트가 훨씬 단순합니다. USB-A 포트가 하나 있는데 이것은 제품 점검할 때 쓰는 것이므로 유저가 손댈 일은 없습니다. 혹시 서브 스피커에 문제가 있다면 서비스(Service)라고 적힌 아주 작은 구멍에 핀으로 찔러서 누르는 스위치가 있으니 꾹 찔러줍시다. 이렇게 좌우 스피커의 리셋을 모두 완료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알파 iQ 새 제품을 빌려서 책상 위에 설치한 후 거의 3주 동안 전원을 끄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주변에 무선 공유기가 많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그 3주 동안 하루 한 두 시간씩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알파 iQ 좌우 스피커의 무선 연결이 튀거나 끊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무선 스피커 중에서 예비용으로 좌우 유선 연결을 지원하는 제품도 있으나, PSB 알파 iQ는 오로지 무선 연결만 사용함으로써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의 사용 환경은 좌우 스피커의 간격이 1.5미터 정도로 가까운 편이며, 이 제품을 거실에 설치하고 좌우 간격을 멀리 두는 상황은 체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십중팔구, 좌우 무선 연결은 잘 유지될 것입니다.



BluOS 컨트롤러 앱으로 만장일치!

이 제품을 사용하려면 먼저 Wi-Fi가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BluOS 컨트롤러' 앱을 설치해야 합니다. (*BluOS Controller로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검색) 랜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라면 BluOS 컨트롤러 앱에서 Wi-Fi 탐색을 해서 설정합니다. 랜 케이블을 끼운 상태라면 동일한 방식으로 이더넷 탐색을 해서 설정하게 됩니다. 주거 공간의 홈 네트워크에서 알파 iQ를 찾아내고 단계별로 설정해나가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첫 설정 과정은 꽤 복잡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새 제품을 구입하면 아마도 스피커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게 될 텐데요. 좌우 스피커를 따로 업데이트해줘야 합니다. BluOS 컨트롤러 앱이 단계마다 안내를 해주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메인 스피커와 서브 스피커가 모두 업데이트되고 나면 좌우 스피커의 LED가 모두 파랑색으로 켜집니다. 드디어 네트워크 설정 완료라는 뜻입니다. 이후로는 펌업이나 연결 설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좌우 스피커에 파랑색 LED가 들어온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해줍시다. 혹시 눈에 거슬린다면 BluOS 컨트롤러 앱에서 LED를 어둡게 하거나 끌 수도 있습니다.


BluOS는 블루사운드에서 Linux를 기반으로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여 개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폭넓은 협력을 통해서 다른 브랜드의 오디오 기기에서도 BluOS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체로 폐쇄적 성향을 보이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서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발히 사용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BluOS를 통해서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과 연결되어 스트리밍을 간편하게 처리하는 네트워크 스피커 - PSB 알파 iQ도 좋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홈 네트워크에 연결된 블루사운드 노드 2i와 PSB 알파 iQ를 간단히 전환하면서 사용하는 모습의 스크린샷입니다.

또 하나 살펴볼 점이 있는데요. 알파 iQ는 예비 개념으로 좌우 스피커를 유선 연결하는 '케이블 모드' 같은 것이 없습니다. 좌우 채널의 연결이 오로지 무선인 것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PC에서 BluOS 컨트롤러 앱으로 이 스피커의 모든 기능을 다루게 됩니다. 입력 전환도 BluOS 컨트롤러 앱을 사용하며, 스포티파이 커넥트와 타이달 커넥트를 지원합니다. 또한, 애플 기기를 쓰는 분들은 에어플레이를 통해서 간단히 무선 재생을 할 수 있습니다.


BluOS 컨트롤러 앱으로 초기 설정을 마치고 나면 애플 기기의 에어플레이 재생도 됩니다.
BluOS 컨트롤러 앱의 PC 버전 화면입니다. 알파 iQ의 입력 선택과 각종 세부 설정을 모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BluOS를 지원하는 오디오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세 가지입니다.


1) 고해상도 멀티룸 재생
: 다수의 재생기와 스피커들을 집 안의 여러 공간에서 연동하여 재생할 수 있습니다.

2) 네트워크 오디오 제품들의 통합 관리와 음악 브라우징
: BluOS로 대동단결된 기기들은 하나의 앱으로 모두 종합 관리할 수 있으며 음악의 브라우징도 간편합니다.

3) 다양한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의 직접 재생 기능 (*대부분 '~커넥트'로 표기)
: 말 그대로,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기에서 바로 재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단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게 불편한 사람에게는 BluOS 컨트롤러 앱도 '또 하나의 복잡한 도구'가 될 터입니다. 어느 정도 테크 친화적인 유저가 되어야만 알파 iQ의 네트워크 오디오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파 iQ 같은 제품들은 다양한 입력단을 준비하게 됩니다. 앱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의 오디오 기기와 쉽게 연결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음질 측면에서 제일 불리하지만 초기 설정 없이 스마트폰과 페어링만 하면 끝나는 블루투스 입력을 갖추는 것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도 Aux 입력과 블루투스 입력을 모두 사용해봤는데요. 알파 iQ를 PC 스피커로 쓰기 위해서 3.5mm 스테레오 케이블을 준비해서 PC의 헤드폰잭과 알파 iQ를 연결해보았습니다. 이 때 3.5mm 커넥터에서 '딱!' 소리가 날 때까지 단단히 끼워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참으로 기본적인 상식이기는 한데, 알파 iQ의 Aux 포트가 꽤 단단한 편이라서 주의가 필요하긴 합니다. 맥 OS에서는 모든 소리를 에어플레이로 무선 출력할 수도 있으니 사용이 더욱 편리해집니다.

블루투스 재생에서는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오디오 볼륨과 알파 iQ의 내장 볼륨이 별도로 동작합니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스피커 소리가 너무 작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스마트폰 볼륨을 최대까지 올려서 소스 출력을 확보한 후 알파 iQ의 볼륨을 아주 낮은 레벨부터 조금씩 올리면서 들으면 됩니다.


SOUND

이 제품에서 가장 쉽게 고음질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저는 USB 메모리 재생을 사용했습니다. (최대 192kHz / 24bit 재생) 다양한 해상도의 음악 파일을 PSB 알파 iQ가 자체적으로 재생하는 상황에서 소리 감상문을 작성합니다.


*유난히 말랑한 감촉, 처음부터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느낌


문득 오디오 프로 C10 MKII와 KEF LSX II의 소리 특징을 떠올려봅니다. 오디오 프로 제품들은 음악 제작자들의 스튜디오 모니터 소리를 듣기 편하게 다듬은 느낌이었습니다. KEF LSX II의 소리도 프로 오디오 사운드를 다듬은 느낌인데, 음악과 영화 모두에서 고음과 저음이 모두 시원하게 들리도록 잘 주물러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알파 iQ를 통해서 처음 접해본 PSB 스피커의 소리는 몹시 말랑한 감촉이 큰 특징입니다. 다른 브랜드보다 확실히 저음이 풍부하며 소리의 밀도가 높고 질감이 대단히 매끄럽게 다듬어진 인상을 줍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라이프스타일 오디오의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넓게 울려서 방 안으로 확산되는 소리


스피커 한 쌍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듣습니다. 스파이크 설치도 없습니다. 그런데 스피커의 저음 울림이 책상으로 퍼지는 게 아니라 스피커의 위쪽 공간으로 넓게 울려 확산됩니다. 제 방의 공간 전체로 저음이 부드럽게 가득차는 느낌이 듭니다. 느리게 흐려지는 저음 울림이 아닙니다. 조금 더 길게 이어지는 울림인데 단단하게 압박하지 않고 탱탱한 탄력을 지니며 온화한 저음 펀치를 만듭니다. 이 특성은 영화 감상에서도 큰 효과를 냅니다. 소리 자체는 고음이 짜릿하거나 저음이 펑펑 터지는 타입이 아닌데 영화의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채워집니다. 영화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방 전체를 채우는 것입니다.


*우퍼와 트위터의 위치를 바꾼 이유


이 제품을 책상에 두고 느긋하게 사용해보면서 왜 우퍼와 트위터 위치를 바꿨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스피커 위쪽에 있는 우퍼 드라이버와 후면 위쪽에 있는 베이스 포트를 통해서 저음 울림을 골고루 퍼트리는 효과가 가장 큰 듯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1) 선명한데 청각 자극이 없어서 편안한 소리

2) 스피커의 자유로운 배치


제품 설명에서는 우퍼와 트위터의 주파수 조화를 위한 배치라고 합니다. 사람의 귀 높이에 트위터의 높이를 맞추면 가장 선명한 고음을 들을 수 있지만, 반대로 우퍼를 사람의 귀 높이에 맞추면 포근한 저음과 낮은 중음이 우선시될 것입니다. 그러면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서 훨씬 편안한 저음 중심의 소리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제 생각에 PSB 알파 iQ는 스파이크나 스탠드를 꼭 준비할 필요는 없으며 책상, 테이블, 서랍장 등에 마음대로 두어도 됩니다. 어디에 설치하든 간에 흘러넘치거나 벙벙거리지 않으면서 몹시 포근하고 든든한 저음을 들려줄 것입니다.


*스위트 스팟을 요구하지 않는 높은 해상도의 고음


트위터의 고음이 아주 섬세하고 곱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소리 해상도가 상당히 높아서 드럼 하이햇 소리가 시원하며, 여러 가지 전자음의 고.중음 부분도 세밀하게 분해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고음이 귀로 직행해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귓바퀴 주변으로 넓게 번지는 느낌을 줍니다. 저음의 울림이 기체처럼 방 안에 채워지는 현상이 고음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스피커는 스위트 스팟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방 안을 돌아다니면서 들어봐도 소리가 골고루 선명하게 들립니다. 앞서 언급한 '우퍼와 트위터의 위치 바꾸기'가 만든 효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카페와 사무실의 배경 음악 재생에도 매우 좋겠네요...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가 상하좌우로 확장되는 타입이라서 넓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듣는 용도에 잘 어울립니다.


*저자극 고해상도 사운드


중음 영역은 위치를 정확히 지키면서 질감을 최대한 곱게 다듬는 인상을 줍니다. 저음과 함께 낮은 중음을 재생하는 우퍼 드라이버가 청취자의 귀 높이에 맞춰져 있으니 마치 풀레인지 드라이버로 보컬을 듣는 듯한 기분이 됩니다. 체감으로는 2~3 Way 스피커들보다는 중음이 살짝 앞으로 나온 듯한데 풀레인지 드라이버보다는 무대 중앙에 가까운 거리를 만듭니다. 트위터를 우퍼 가운데에 넣은 동축 유닛과 달리, 알파 iQ는 트위터가 우퍼의 아래에서 고음 양념을 뿌려주는 역할입니다. 높은 중음은 사람의 청각에 자극을 주는 3kHz 근처를 적당히 낮춰둔 듯하고, 낮은 중음은 저음과 자연스럽게 혼합되면서 보컬과 현악기 음을 매끈한 질감과 높은 밀도로 들려줍니다. 이것이 듣는 이의 청각과 마음을 모두 편안하게 만들고 너댓 시간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감상할 만한 '저자극 고해상도 사운드'로 이어집니다.


*넓은 공간 +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


감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확신하게 되는 점입니다. 이 올인원 스피커는 여러 측면에서 '넓은 공간'과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를 주제로 두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괴물급(?) 가성비를 인정 받은 PSB 알파 시리즈 스피커에 고품질의 네트워크 스트리머와 앰프를 더했으니,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두고 두고 오랫동안 음악을 들려주는 용도의 올인원 스피커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소리가 선명하며 여러 음악 장르와 영화 사운드까지 모두 아우르는 올라운더(All-rounder)의 표본이기도 합니다. 음색이 밝거나 어둡지 않도록 잘 조절되어 있어서 자연스러우며, 고.중.저음의 전체로 흐르는 부드러운 감촉이 청취자의 청각과 심리를 아늑하게 끌어당깁니다. 물론, 이러한 소리 느낌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혹시 집에서도 짜릿하고 굵직한 고.중음과 그리 강조되지 않은 저음으로 음악을 듣고 싶다면, 프로 오디오 회사가 만든 홈 오디오 제품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 소리를 카페에서 듣고 싶어진다


저는 다른 분들에게 카페용 스피커나 홈 오디오 스피커를 추천할 때 바워스앤월킨스(Bowers & Wilkins)나 시스템 오디오(System Audio)의 제품을 자주 권해왔습니다. 둘 다 가격 부담은 적은데 다수의 사람들이 지닌 취향에 잘 맞춰진 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들의 듣기 좋은 잔향과 시스템 오디오 스피커들의 깨끗하고 포근한 중.저음은 카페 배경 음악에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제는 PSB 알파 iQ가 KEF LSX II와 함께 1순위 추천이 될 듯합니다. (적어도 현재는) 알파 iQ는 아무 곳에나 자유롭게 설치해서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BluOS 지원으로 네트워크 오디오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으며, USB 메모리를 사용한다면 단독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으니 이보다 편리한 스피커 시스템이 또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혹시 단골 카페의 주인이 음악을 참 좋아하는데 방법(...)을 몰라서 아웃도어용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있다면 알파 iQ 같은 물건을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의 뜻으로 케이크 한 조각 선물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


*이 리뷰는 소리샵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